나이 들면.. 어떡하지?
"나이 들어 돈 없으면 비참하고, 할 일 없으면 병 생긴다."
얼마 전 처제에게 남긴 카톡이다. 잘 살아보자고, 또 아껴 쓰고 나중에 걱정 없이 살자고 한 의미의 짧은 잔소리였는데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문장이었다. 돈을 지금 쓰느냐 혹은 나중에 쓰느냐의 문제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아쉬움과 기회비용을 남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돈을 지금 쓰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갖고 싶은 물건 혹은 나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뜻이지만 이는 전자를 포기함으로 인해 나중에(나이 들어) 든든하게 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다시 한번 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언제까지 지금의 근로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돈을 써서 얻는 만족감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렇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늙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나이를 먹고, 몸이 느려지고, 어깨와 허리가 굽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팽팽 잘 돌아가던 내 신체의 기능들도 함께 사그라든다. 미치도록 아쉽지만 자연의 순리다. 돈을 벌 수 있는 내 신체적 조건이 사라짐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돈을 써서 얻는 만족감은 어떨까? 책 'EBS 자본주의'에서는 말한다. "소비의 양을 늘릴수록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한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같은 돈으로 두 가지 경험을 제안한다. 두 팀으로 나누어 물건을 사는 경험(A팀)과 여행과 체험을 가는 경험(B팀)을 제공해 준다. 3주 후, 아이들의 만족도와 행복도를 측정해 보았는데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길어야 일주일도 채 가지 않았다고 한다. 돈을 써서, 소비를 해서 얻는 만족감보다는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과 자존감,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올곧은 생각이 필요하다.
'누구는 아파트로 얼마를 벌었네', '주식과 코인으로 대박을 쳤네'라는 모험담도 이제는 조용하다. 돈 때문에 불나방같이 '투자'에 달려들고, 벌었다는 소수들을 앞에서는 부러워하고, 뒤에서는 시기하며 '돈'에 목을 매어 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모두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았다. '내가 늙는다는 것', '끝없는 만족감은 채울 수 없다는 것'이라는 두 가지 명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돈을 다뤄야 할까? 답은 내 안에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일남(오영수)이 깐부인 기훈(이정재)에게 말한다.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나는 돈이 너무 없지도 않고, 돈이 너무 많지도 않아 사는 게 재미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