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by 명희진

이번에 나온 장편의 [작가의 말]을 브런치에 공유한다. 언젠가 스레드를 하며 [작가의 말]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 갑자기 생각났다.


소설을 쓴 이후, 나는 줄곧 산동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곳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지붕을 덮은 빛바랜 방수포와 좁은 골목, 무너진 붉은 흙벽돌집 같은 풍경이 잃어버린, 그래서 꼭 찾아야 할 유년의 한 조각 같았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추억이라 믿던 흑백 사진들이 서서히 색을 얻기 시작했다. 그 골목에는 폭력과 공포가 있었고, 아이들이 목청껏 부르던 노래 속에는 잔인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어린 나는 결코 알 수 없던, 가난의 질서를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의 초고는 2013년에 완성했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길 거의 포기한 적도 있었다.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초고를 썼다면, 어른이 된 작가의 마음으로 퇴고했다. 1,300매였던 원고를 800매로 줄였다. 실제로 취재한 내용의 절반도 담지 못했다. 분량을 덜기 위함이 아니라, 아무리 해도 그 모두를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언제나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그만큼 헤아리기 어렵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문득, 무참하고 무력해진다.

이 이야기에는, 과거의 한때를 함께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가 내 소설 안에 오래 머물길 바란다.

그가 거기 있어 마음이 놓인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26년

명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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