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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급등 작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by 명희진

여전히 브런치는 내게 낯선 플랫폼이다.


앞서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속세를 떠나 나를 알아봐 주는 현자가 나타나길 애타게 기다리며 '소설 쓰기'라는 수행을 하던 은둔한 문객(文客)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건 내가 여태껏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나의 작은 야망이다.


그러다 파오 간호사 이야기를 쓰게 됐고 (이 일은 잘 되지 않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브런치 첫 번째 글인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에 있다) 출판사 투고를 알아보며 세상이 변한 걸 알았다.


너무 오래 속세를 떠나 있기도 했고 문학 공모전 말고는 곁눈질을 하지 않고 살아왔기에, 출판사가 작가에게 요구하는 항목 중에 책을 어떻게 팔 것 인지가 포함되는지 몰랐다. 게다가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 작가는 책만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거나 사회적으로 죽은 작가 둘 중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겐 가족이 함께 쓰는 인스타그램이 있고 거기엔 내 다양한 취미가 도떼기시장처럼 전시돼 있을 뿐이었다. 나는 페이스북도 블로그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 쓰는 에너지를 온전히 글에 쓰고 싶었지만 또 그렇다고 하기엔 애독하는 블로그가 있었고 인스타그램이 있었다.


나는 제갈공명을 찾아온 유비처럼, 나를 알아볼 현자를 기다리며 수행 중이었는데, 사실 땅굴을 파고 무덤 속으로 들어간 꼴이라는 걸 작년에 깨달았다.


사실 브런치 작가도 뭔지 모르고 신청했다. 오랫동안 소설로는 풀 수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는데, 그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글쓰기이길 바랐다. 그러던 중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됐다. 작가 승인을 한 번에 받았고 그러고서야 이게 쉬운 일이 아닌걸 알았다.


운이 좋았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번 연도 초부터 내 운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마늘 한 트럭을 등에 메고 동굴로 들어가 마늘만 까먹던 웅녀가 사람이 된 격이랄까. 신화 속 이야기처럼 어떻게 곰이 사람이 되겠는가. 이건 진짜 사족인데, 난 어릴 때부터 곰이 마늘이 너무 독해서 털이 빠진 걸 사람이라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은가.


브런치를 보며 놀란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각자 다른 장소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거였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답글을 받는 과정이 너무 인간적이라 감동이었다. 굴 속에 갇혀 글을 쓰던 내가 굴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었고 내가 쓰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번 주 내내 내 이름이 구독자 급등 작가에 올라있는 걸 확인했다. 이게 또 신기하고 재밌어서 자꾸 브런치를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늘,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기를 기다리며 글을 썼다. 그러면서도 줏대 있는 작가가 돼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다. 뭐든 어떠랴. 나는 열심히 쓰고 그대들도 열심히 쓰고 또 우리는 같이 열심히 읽으면 되는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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