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예지 베개. 앤솔리지
10월, 독립출판사 베개에서 내 단편 『셰어』가 앤솔러지로 출간된다.
『셰어』를 쓴 건 2010년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빨랐을 수도 있겠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에 썼으니까. 2009년이나 그보다 더 빨랐을 수도...
대학원에 다닐 때, 이 소설로 합평을 받았다.
당시 선생님-이 분은 문지에서 일하고 계셨다-으로부터 올해의 좋은 소설에 오를 만큼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오랫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단편이었다. 그로부터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 때론 이 소설을 다시 꺼내 읽고 고치고 가끔, 어느 폴더에 넣었는지도 잊고, 노트북이 어느 날 갑자기 꺼져서 그 안에 있던 소설도 함께 사라졌었다. 그러다가 프린트된 소설을 우연히 발견해 다시 타이핑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이 이야기를 많이 좋아하는 걸 알게 됐다.
이야기 속 여주인공(엘레인)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2008년에 현금 40만 원을 손에 쥐고 한국을 떠난 나와 너무도 닮아있었으니까. 한국의 익숙한 거리를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그때의 나를, 엘레인은 이해할 것만 같았다.
[베개] 잡지에 응모했는데, 잡지에는 실리지 못하게 됐다.
대신, 세 명의 다른 작가들과 함께 『셰어』가 앤솔러지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번 연도는 여러 가지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와 『셰어』 모두 오래전에 써 놓은 이야기다.
『토성의 아이들은 권태로 달을 깎고』 장편 소설도 아주 오래전에 써 놓은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도 곧 출간된다.
이 이야기들이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어떤 때는 정말 한국에서는 내 이야기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겠구나 싶어,
캐나다에 대학에서 장편 소설 쓰기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
당시 나는 대학원에 다닐 때보다 유용한 정보를 배울 수 있었지만, 영어로 모국어가 주는 울림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거의 5개월에 달하는 강의가 끝나고 어떻게 투고를 하는지,
어디에 투고를 하는지, 투고 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너무나 자세히 알려준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우리는 모두 암암리에 했던 것들인데... 스스로 알아서 말이다.
사실 문창과라면 이런 걸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 폴더에는 아직 많은 이야기가 더 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스스로 청탁을 주고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들어 글을 써 왔다.
되도록 내가 정한 데드라인을 지키려 애썼다.
누가 뭐래도 나는 작가라는 믿음으로 내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뭐 글 쓰기 정도에?,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쓰기 때문에 나는 꽤 좋은 제안을 거절하며 살았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해야 했으니까....
나는 기꺼이 허드레 일을 하며 글을 썼고 자주 그런 내가 싫었고 가끔 그런 내가 좋았다.
지금도, 계속 뭔가를 읽고 쓰고 있다. 다음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