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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7

by 명희진

어제 루이보다 두 살 어린 친구인 데일리가 루이에게 플레이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4시 30분까지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3시쯤에 데일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데일리가 플레이 데이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한다고 했다가 하는 바람에 루이가 집에 가겠다고 했다고. 과자를 들려 보냈는데, 루이가 "그럼, 이 과자는 내가 다시 들고 가겠어."라며 과자를 들고 왔다.


핫도그를 만들어 주려고 반죽을 하고 있었는데, 루이가 생각보다 빨리 와서 서둘러 오븐을 돌렸다. 엄마가 농사지어 직접 찌고 말린 늙은 호박 가루를 넣어 반죽을 했다. 이게 저녁이면 좋으련만... 밥과 간식의 구분이 확실한 아이라, 밥을 또 해야 할 것 같다.


KakaoTalk_20251007_164317608.jpg


오전에는 단편을 고쳐 보내고. 오후에는 장편을 늘리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다시 처음부터 읽으며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400매 정도인데, 중편을 응모하는 곳이 있어 중편으로 마무리해 보낸 후에 장편으로 늘릴까 고민 중이다.


어제 조카가 통화 중에 울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기도 하고 다들 영어를 너무 잘하는데, 자기만 못하는 것 같다고. 조카의 옆방에 사는 친구는 두바이에서 왔다. 다른 친구는 인도, 파키스탄.이라고 들었다. 다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나라들이라고 위로했지만, 위로가 된 것 같지는 않다. 학원도 안 다니고 혼자서 영어공부해서 학교에 들어갔다. 지원 원서와 서류 준비도 혼자 다 했다. 이 모든 과정을 1년도 안돼 끝냈다. 나는 이렇게 유학 오는 친구들을 많이 알지 못한다. 조카가 거의 처음이다. 그러니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네 선택이니 이마저도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둘 중 하나만 해. 위로를 하든. 충고를 하든."

나도 둘 중 하나만 하고 싶은데, 위로를 하다 보면 자꾸 충고로 빠지게 된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면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니 방황이 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잡생각을 할 새가 없이 적응해야 할 테니까. 조카와 말을 하다 보면 자꾸 '라테는 말이야.'라고 꼰대처럼 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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