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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8

두서없는 이야기

by 명희진

새벽부터 루이가 아팠다.

올해 하반기에 루이가 자주 아파 걱정이다.

잦은 여행으로 인한 피로와 항생제 부작용이 원인인 것 같다.

데일리와 플레이 데이트에 은근히 스트레스받은 모양이다.

소시지 빵을 한 번에 세 개나 먹어 만든 보람을 느끼게 하더니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다 토했다. 밤새 토하느라 화장실에서 거의 날을 샜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결석을 알리고 병원에 전화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걸 알았지만, 역시나 였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를 미리 알려야 큰일이 생겼을 때 도움받기가 쉽다. 수분 섭취와 파라세타몰을 먹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라도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지면 바로 연락할 연락처를 받았다. 이게 뭐라고 그나마 안심이 됐다.


오늘은 이 일지가 내가 쓰는 첫 글이다. 아침에 계란국을 끓여줬는데, 루이가 거의 먹지 못했다. 다시 게워 내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었다. 루이도 나도 함께 낮잠을 자다가 몇 달 전에 팀으로, 쓰기로 한 이야기의 자료를 받았다. 전혀 해보지 않은 장르고 써보지 않은 이야기라 걱정이 조금 된다. 일단 이 자료들을 읽어보고 관련된 책도 좀 사서 읽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들떴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바느질, 뜨개질을 하면 조금 나아진다.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을 조금 정리할 수 있다.

나는 취미 부자로 손으로 하는 대부분 일을 다 좋아한다.

조카와 함께 전자책 리더기를 샀는데, 코바늘로 커버를 만들어줬다. 꽤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내친김에 내 것도 만들었다. 바늘을 드니 바느질하고 싶어 집에 있는 천으로 조카의 베갯잇을 만들어줬다. 독일에서 사 온 보들보들한 천이 있었는데, 한쪽에는 그 천을 대고 안에는 린넨을 대서 베갯잇을 만들었다. 남은 천으로 행주 세 개를 만들었다.


바느질이나 코바늘은 문장을 짓는 행위와 비슷하다. 땀을 뜨다 보면, 또 다 뜬 땀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잘 지은 문장 같다. 오늘은 그냥 드라마를 보면서 바느질을 했다. [트리거]를 봤는데, 거기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십 년 간 준비한 남자가 고시원 사람들을 총으로 쏴서 죽이는 장면이 나왔다.


"그래, 뭐든 십 년을 했는데 안 되면 미칠 수 있지."


입 밖으로 내고 나니 뭔가 기괴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소설 쓰기를 이십 년 가까이하고 있다. 마음이 흔들려서였을까? 바늘에 찔려 피가 났다. 하얀 천에 핏자국이 났고 그게 또 나쁘지 않았다. 누구에게 선물할 것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했고 그러니까 정말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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