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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오전 10시 인기글

2025.10.15

by 명희진

어제, 오늘은 11월에(?) 출간될 장편에 약력과 작가의 말을 썼다.

작가의 말을 좀 멋지게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그게 잘 안 됐다.

다 쓰고 라파엘에게 영어로 번역해 읽어줬는데, 옆에서 유튜브를 보던 루이가 갑자기 유튜브를 멈추고 내게 왔다. 나는 읽던 부분을 마저 다 읽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엄마 이야기야?"

"응. 엄마 책 뒤에 쓸 글이야."

"엄마가 안 됐어."

루이가 나를 안았다. 생각지 못한 반응이라 우리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 나는 루이를 안고 마저 읽었다.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파."

아버지 이야기를 한 줄 썼다. 아버지인지도 모르게. 그걸 알아듣고 루이는 또 감상적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니 조회수가 이상했다. 400이 넘는 거였다. 내 브런치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뭔가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휴대전화로 브런치를 살폈는데, 오늘의 작가나 에디터 픽에도 내 글이 없었다. 이상했다. 유입 경로를 살펴보니 대부분 다음이었다. 다음에 들어가니, 내 글이 오전 10시 브런치 스토리 인기글로 올라 있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글을 다시 읽고 약간 수정했다.



이번 주는 루이의 가을 방학 기간이다. 원래대로라면 오스트리아나 폴란드에 가 있어야 했지만, 가족 모두가 아파 취소했다. 열린 가방이 방에 그대로 있다. 당일 새벽까지 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책 표지로 모은 자료들을 수집해 출판사에 보낼 파일을 만들었다. 저번 이메일에 조판이 진행되면 알려준다는 줄 알고 내내 기다렸는데, 이메일을 다시 보니 완성되는 대로 천천히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이니, 정말 정신머리를 어디다 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아픈게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삼식이가 됐다. 아침 먹으면 금방 점심이고 점심 먹고 돌아서면 저녁이다. 내가 식당도 아니고 각자 먹고 싶은 메뉴도 다르다. 이럴땐 한국에 가고 싶다. 집 앞에 나가 분식을 먹거나 고기를 구워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는, 그런 삶이 그립다. 어쨌든 여긴 먹으러갈 식당이 근처에 없다. 내일은 뭘 쓸지가 아니라, 내일은 뭐 먹이지....를 지금 나는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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