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말 그대로다. 오늘은 작업 일지를 먼저 쓰고 작업을 하려고 한다.
베개(Wege)에서 나오는 앤솔러지는 11월 에 나올것같다.
여름에 베개에 갔을 때, 조원규 선생님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잠깐 이었는데, 한강의 영문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미국에서는 번역자의 역량에 번역을 맡기고 설사 오역이라도 인정해 준다고 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원문에 너무 충실하길 원한다. 조금만 의미가 달라져도 득달같이 달려든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 영문 [채식주의자]를 읽고 다소 놀랐다. 번역자의 한국어 이해가 의심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한강의 문장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단편은 특유의 스타일이 있어,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으면 읽기 쉽지 않기도 하고.
무튼, 그러고 오래 지나 [채식주의자]가 해외에서 상을 받고 [소년이 온다]가 영문과 네덜란드어로 나오고... 그러다 네덜란드어 선생에게 [채식주의자]를 선물했다. 그 선생이 영문학을 전공해서 한강을 알리고 싶었다. 그때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걸 몰랐으니까.
선물하기 전에 다시 읽으니, 한글 원본과 비교하면서 읽을 때와는 달리 한강이 보였다. 이 일은 번역에 대한 내 태도를 바꿨다.
영문으로 번역된, 많은 한국 소설이 작가의 말맛을 못 살리는데, 데보라 스미스는 그 일을 해냈다. 그런 점에서 그 번역이 창작이었다고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원규 선생님이 [사탄탱고]를 번역할 때의 일화를 얘기해주셨다. 조원규 선생님은 독일어로 번역된 [사탄탱고]를 한국어로 중역하신 분이다. [사탄탱고]의 독어본과 영문본이 너무 달랐다고. 독어본이 원문에 더 충실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사탄탱고]라는 제목이 좋아 꼭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크리스 너 호르 코이 라슬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름이 너무 어려워 처음엔 이 작가가 그 작가인지 몰랐다. 그러다 [사탄 탱고]를 보고 그래도 들은 게 있다고 반가웠다.
이 소식을 듣고 크리스 너 호르 코이 라슬로의 책을 모조리 샀다. 그리고 [사탄탱고] 읽기에 나도 합류했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 이름을 따로 기억하거나 적지 않는데, 이건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 첫 문장이 아주 사악하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리뷰에 의하면 나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주, 어려운 책일 것 같다. 이제 첫 챕터를 읽었는데, 문장에..... 지쳐버렸다. 아, 이렇게도 소설을 쓰는구나.... 이렇게 써도 출간이 되는구나... 그러니까 내 말은, 이런 문장.... 이렇게 길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다시 순환하는 이런... 이런 문장을 내가 썼다면, 나는 그날 합평에서 갈가리 찢기고 씹히고 너덜너덜하다 못해 종이죽이 됐을 거라는 거다. 종이죽이 돼서도 버스 안에서 또 울었겠지... 울다가 없어 사라졌을지 모른다.
지금 내가 발 담그고 있는 소설은:
1. 캐스팅 (김덕희 ): 마지막 챕터만 읽으면 된다. 한 편의 지역 조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걸 낚시와 엮어서 풀어낸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낚시는 쥐뿔도 모르지만, 단정한 문장을 읽는 재미가 있다.
2. 아이들의 집(정보라): 인스타 광고에 훅해서 바로 결재해 버렸다.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나는 병렬독서를 하지만 나름 계획적으로 책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100 페이지 정도를 읽었고, 첫 시작은 무척 강렬했다. 이제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아니면 벌써 일어나 버린 건가... 이러면서 밤에 잠들기 전에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있다.
3. 너를 기억하는 풍경(손홍규): 이건 연작소설이다. 손홍규 작가의 기존 소설과 조금 다르지만 문장이 좋다. 그의 사유가 좋다. 손홍규를 좋아하면, 그의 문학의 기원을 알고 싶으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두 개의 이야기만 읽으면 완독이다. 그런데... 그러기 싫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4.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최은영을 잘 읽는 건 아닌데, 이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사서 가져왔다. 단편 집으로 이제 첫 단편 하나를 읽었고(중단편) 문장이 단정하다. 언젠가 폴란드 여행 중에 카페에서 영어로 번역된 최은영의 책을 팔고 있는 걸 봤다. [쇼코의 미소]를 읽긴 했지만, 그때 기억엔 강렬함이 없었다. 첫 번째 중편을 읽는데, 화자의 아픔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오탈자가 많이 보였고 문장에 멋을 낸 건지, 분위기를 낸 건지 늘어지는 서술어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읽다가, 나중에는 합평 하듯 연필을 들고 교정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문학동네 책인데,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가의 최근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서라기보다 스타일이 여전한지 궁금했다.
5. 사탄탱고(크러스너 호르 코이 라슬로): 아마도 이 책을 제일 먼저 끝내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독서를 하고 싶은데, 그 계획에 라슬러님이 계신다. 아.... 문장.... 조원규 선생님이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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