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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Aug 16. 2024

모닝페이지

11.  커피나무 옆에서 커피 마시기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얼마간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모닝페이지 덕분에 아침에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어 자칫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그렇습니다. 커피에 물을 조금 붓고 뜸을 들이는 시간에 1분 스쾃을 하는 여유를 넣어 놓으니 참 좋습니다. 일부러 어떤 시간을 정하는 것보다 습관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병에 남아있는 마지막 잉크를 만년필에 넣었습니다. 언제 사서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잉크입니다. 요즘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또 성경필사를 꾸준히 하면서 잉크를 사용하는 양도 늘었습니다. 사무실에 있으면서 구매했던 것인데 아직 한 병의 잉크가 남았습니다. 만년필에 담겨있는 잉크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요. 진하게 예쁘게 글씨가 써지다가 어느 순간 딱 멈춰버리는 때가 되면 잉크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소진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채워 넣지 않으면 만년필은 장식품이 되고 맙니다. 요즘 저렴하게 나와 있는 만년필들이 많은 것도 참 좋습니다. 부담 없이 서랍 속에 쟁여놓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사용되는 것은 길들여놓은 한 개입니다. 그러나 나의 만년필들은 서랍 속을 그득 채우고도 인터넷 상점의 장바구니에 하나쯤 또 담겨있기도 합니다. 이런 문구에 대한 허영은 작은 아이가 그대로 닮아 자신만의 문방구를 구축하기도 하는 것을 봅니다. 나의 습관은 잘 익은 만년필에 잉크는 채워 넣는 것입니다.


커피나무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 커피나무에겐 기쁨일까요? 슬픔일까요. 여전히 비실대며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 옆에서 하루에도 여러 잔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까닭도 모르게 자꾸만 비실대니 이제 그만 커피나무를 베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두렵니다. 처음엔 잎이 무성했던 것이었으니 지금의 모양은 나의 작품 인 셈이니까요. 작품이 언제나 멋지고 마음에 들 수만은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니까. 만들기 어려운 습관을 지켜 나가는 것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싱그러운(겨울에) 베란다가 있는 주부들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새삼 알아갑니다. 나의 화분들은 모두 절정의 색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반짝이지 않습니다. 구석에 놓아두기만 해도 잘 자란다는 금전수마저도 때깔을 잃고 비실거립니다. 처음 추위에 살짝 얼어버린 잎들을 모두 잘라버렸더니 볼품마저 없어졌습니다. 아! 동백이 드디어 꽃망을 을 보여줍니다. 내가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비싸 아이입니다. 옆에서 석 달째 피고 지고 하는 철쭉처럼 동백도 하나씩 번갈아 가며 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북극한파가 덮치고 있다는 창밖은 고요합니다. 빌라도 공장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시베리아 한랭전선도 소용없어진 지금은 북극한파가 우리나라 하늘을 점령해 버리는 때가 종종 생깁니다. 핸드폰엔 절대 밖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은 신신당부의 메시지가 시간시간 들어옵니다. 내비게이션이 지도 보는 눈을 퇴화시켜 버린 것처럼 이런 재난문자는 나의 체감온도를 퇴화시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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