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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Aug 07. 2024

모닝페이지

4. 혼자 꾸려가는 하루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커피를 마시는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은 탓인지 일어나 보니 책상 가득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있다.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햇볕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가을 무렵니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작별인사하듯이 감기를 앓았는데 처음 며칠은 심해서 약으로 다스리는데 좀처럼 낫지 않고 가느다란 끈이 연결된 것처럼 몸속에서 질질 끌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숨을 쎅쎅 쉬다가 문을 열고 쉼터로 나갔다. 오후 2시. 사무실 앞 뜨락은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마시면서 몸을 말렸다. 어떤 날은 등 쪽으로 어떤 날은 얼굴 쪽으로. 그렇게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으면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아니 사라져 버렸다. 거의 매일 반복했더니 내 몸에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해 늦은 가을 다리를 다쳤다. 수술 후 2개월이면 일어나 걸으리라던 다리는 반년이 넘게 지팡이를 짚어야 했다. 다음 해 여름부터 나는 햇볕을 안고 부지런히 걸었다. 내 다리가 얼른 자리를 잡아 지팡이를 집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걷기를 소망하면서. 그때부터 나는 햇볕 속에서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얼굴이 탄다고 외계인처럼 두건을 쓰고 걷는데 나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도 그냥 걷는다. 모자를 쓰는 것은 머리가 뜨거워서 쓴다. 가을이 지날 무렵부터 자주 걷는 일을 빼먹었다. 어떤 규칙 같은 것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롯이 혼자 꾸려가는 하루는 자주 나와의 약속을 어기기 위한 핑계가 만들어진다. 오늘은 평생교육원에 갔으므로, 오늘은 교회에 갔으므로, 오늘은 비가 옴으로.... 그렇게 많은 핑계들 속에 매일 걷기는 사나흘에 하루 걷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콜레스테롤약을 처방해 주던 의사는 당장에라도 당뇨병 치료약까지 처방할 태세였다. 그러지 말자고 했다. 우선 관리를 좀 해보겠다고 하고 그날부터 운동 같은 운동을 좀 했다. 산책처럼 천천히 걷기 말고 언덕을 빠르게 오르내리며 땀을 빼니 몸무게도 빠졌다. 콜레스테롤은 유지가 되고 식후 혈당은 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겨울이 또 나를 주저앉혔다. 눈 위를 걷는 것은 두렵다. 그럼에도 걸어보기로 작정하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아이젠까지 발에 끼고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번엔 국가에서 나의 걸음을 멈추라고 한다. 지난 5월 그 좋은 기간 7일을 집콕하느라 아쉬웠는데 이번 겨울 역시 햇볕을 안고 걸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화분들이 베란다에서도 냉해를 입는 것 같아 거실 안으로 들여놓았다. 세워두었던 제자리 자전거를 베란다 화분 자리에 놓았다. 나갈 수 없으면 집안에서라도 해야지. 어제 처음 베란다에서 자전거를 탔다. 창밖의 배경을 바라보며 하는 운동은 하늘에서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다. 멀리 눈 덮인 산도 있고, 졸졸 흐르는 개울도 보이고, 한 뼘 정도 물러나 다시 건설되고 있는 도로는 자동차 소음도 그만큼 밀려나게 했다. 나의 오늘의 계획실현을 위해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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