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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Aug 10. 2024

모닝페이지

6. 엄마는 우주전쟁을 시작합니다.

오랜만의 맑은 하늘과 따뜻한 커피가 있는 아침입니다.


엄마에게 아들은 우주일 것입니다. 늘 바라보며 처음에는 별처럼 반짝거리기를 바라다가 나중에는 그 세계 속에 자신이 함께 녹아들 수 있기를. 영원히 한 편으로 묶여있기를 바라겠지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에는 많은 비밀들이 잇는데 그중 하나가 서로 밀어낸다는 것이지요. 우주의 모든 행성이 저마다 서로 끌어당기기만 한다면 어디 질서가 존재하겠습니까? 저들은 각자의 자리에 굳건하게 서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각 행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빛날 수 있는 겁니다. 그중 어느 행성 하나라도 자리를 이탈하면 온 우주에 대단한 변동과 혼란이 일어납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특히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가 아직 나의 자녀라는 생각은 일찍 버리고 사는 것이 셋 모두의 건강에 이롭습니다. 자녀들에게 집착할 시간에 당신 자신을 지탱할 다른 무엇을 개발하십시오. 


엄마에게 딸은 자기 자신입니다. 속상한 일이 생겼다고 즉각 반응해서 상대방을 응징하는 삶을 살아오지 않은 엄마에겐 결혼한 딸이 제 영역을 구축하느라 흘리는 땀 위에 그저 묵묵히 응원을 하며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우주에서 침범한 다른 행성에 부딪쳤다고 하면 엄마는 딸보다 더 아프게 진통을 겪는 것입니다. 그 행성을 무조건 날려버리기엔 딸이 더 힘들 것 같아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철이 덜든 딸이 행성을 날려 줄 것을 요청합니다. 왜 자기 몸만 만신창이가 되어야 하는지 웁니다. 엄마의 신념과는 맞지 않아도 딸을 위해 엄마는 우주전쟁을 시작합니다. 거대한 행성과의 전쟁에서 딸이 피 흘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밤을 새워 스타워즈의 세계입니다.


새벽까지 TV를 보다가 내가 이래도 된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밤을 새우더라도 아침이면 반드시 일어나 출근을 해야 했던 날들이 습관이 되어 거의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이제는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TV드라마 몰아보기 같은 것은 낮보다는 밤시간이 몰입도가 제격입니다. 이전에 본 적이 있는 드라마는 이미 스토리가 익숙하기에 내가 보고 싶은 부분들을 찾아가며 그림책 읽듯이 읽어내고 있습니다. 하도 여러 번 보다 보니 앞편에 있는 내용인지 뒤편에 있는 내용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긴 하지만 각 편의 예고글만 읽어도 어느 정도 윤곽은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새로운 드라마에 빠지는 일은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정설처럼 되어있는 드라마의 꽃이라는 '갈등'을 나는 견디기 힘듭니다. 우리 편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갈등 부분은 나중을 알아도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소설책을 볼 때도 맨 뒷장을 먼저 읽어 버립니다. 끝내 주인공이 죽는지 아니면 복수에 성공하는지를 먼저 읽어야 책을 읽는 내내 일어나는 짜증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에세이거나 뇌과학에 관한 것이거나 철학 아니면 장르를 알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책입니다. 매일 책상 위에 앉아 있는 것 치고는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뷔페식으로 읽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들여다보는 식의 독서를 합니다. 그나마 책모임의 도서들이 정독을 하게 합니다. 내보내기 위해 읽는다고 하는 독서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 열심히 읽겠다는 생각도 하는데 지금은 너무 마음이 앞서 갑니다. 이것저것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가다가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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