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
St. Domingdo de la calzada ~ Belorado 23km
06:20 ~ 11:30 (5시간 10분)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다.
6월의 시작에는 이집트의 한 사막에서 일출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 나는 까미노 위에 있다.
내가 이 길을 걸으며 해야할 일은
그저 6월을 무탈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 뿐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길을 걷는다.
까미노를 걷다보니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일본에서 침술사로 일한다는 료.
영국에서 온 로라.
독일에서 온 데이빗.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시모네이다.
특히 시모네와의 인연은 까미노 초반부터 이어졌다.
아저씨들과 함께 다닐 때 부터 종종 만나곤 했다.
그리고 시모네가 만들어준 이탈리안 파스타를 맛보며 저녁을 즐긴 날도 있었다.
아저씨들은 먼저 길을 떠났지만,
내가 여유롭게 천천히 걸어도 나의 길 친구들은 종종 나와 만났다.
시모네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내가 만난 첫 번째 한국인이야.
검은 눈동자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워.
시모네가 나에게 플러팅을 하는건가?
오해한 적도 있었으나 이탈리안 남자만의 달콤함이라 생각하며 한 귀로 듣고 넘겼다.
그뒤로도 시모네는 만나면 종종 나의 생각을 묻곤 했다.
왜 이 길에 오게 되었는지,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등등 말이다.
그 때 마다 유창하게 대답해주고 싶었으나,
내 생각 속 문장과 달리 내뱉는 문장은 짧디 짧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렇게 간절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 때 느꼈다.
나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시모네도 나의 표정을 읽은 듯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영어를 좀 더 잘했더라면 우리는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눴을꺼야.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데 언어가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여정이 끝나고 성당에 들렸는데,
마침 미사가 시작되려는 찰나였따.
스페인에서는 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궁금한 마음,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서 나도 모르게 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은 성당에서 스페인어로 기도문이 낭독되었다.
나는 늘 하던대로 성당에서 늘 외우던 미사 기도문을 읖조리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아는 단어는 없지만,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같은 기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럼에도 결론.
영어 공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