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글쓰기를 힘들어 합니다. 그렇지만, 서두르기 보다는 부족해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천천히 가는 게...
아빠는 아이와 글쓰기(작문) 국어숙제를 같이 봅니다. 아빠가 보기에도 글쓰기 숙제가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아빠도 어릴때엔 독후감 활동이 그렇게 싫었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 때도 보고서 쓰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는지 모릅니다.
최근 아빠는 초등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선 말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쓰기를 고통스러워한다고. 한 선생님은 책에서 글쓰기 독후활동의 폐해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필요하나, 자칫 힘들게 쌓아온 독서습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 독후감보다는 책 읽고 책내용에 대해 대화하는 게 더 낫다고도 말합니다.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말솜씨도 는다는 논리입니다.
그 말에 공감합니다.
독후감을 위해 읽는 독서는 정말 하기싫고 짜증나고 효과도 없습니다. 어릴 적 아빠가 경험했기에. 아마, 이 아빠도 독후감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면, 보다 재밌게 책을 읽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이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아이가 글쓰기로 스트레스가 심해 합니다. 두통이 오고 속이 안 좋다며 안 자던 낮잠을 초져녁이 자고 일어납니다. 일어나더니 배고프다고 자녁밥을 늦게 먹고서, 그제서야 겨우 글쓰기 숙제를 하겠다며 연필은 듭니다. 보기에 딱합니다.도와달라고 아빠를 부른다.
이해합니다.
아빠가 도와주는게 아이를 능력없는 아이로 키우는 게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어릴적 한 아이가 그림숙제를 못해 밤늦게까지 징징대고 울고 있을때, 아버지가 말없이 그림을 그려주었던 기억. 아빠는 아직도 그걸 기억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숙제를 해 주었다고 해서 그 아이가 커서 무능한 마마보이가 되었을까? 아닙니다. 아빠는 그 이후 오히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전국대회 상도 타고 심지어 미술선생님이 미대를 가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었습니다. 어릴 적 잘 모르는 시기, 아버지가 대신 그려준 그림이... 그 아이에겐 오히려 큰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그 따뜻한 기억이 아빠에게 큰 힘이, 자양분이 된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빠는 아이의 글쓰기 숙제를 도와줍니다. 아빠는 읊즈리고 아이는 받아적습니다. "아빠라면 이렇게 써 볼 텐데... 네 생각은 어때?" 몰어보면서. 아이와 같이 숙제를 하면서 느낍니다. 글을 어느정도 쓴다는 아빠도 아이의 글쓰기 숙제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아이는 어떨까...싶습니다.
교재에 나오는 표본 글을 읽어보니 실상 초등 글이 아닙니다. 말만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나와있지, 아빠가 보기에 이 글은 참 잘 쓴 어른의 글입니다. 그 표본 글을 보면 아빠라도 주눅이 들겠다 싶습니다. 우리 아이, 다른 아이들은 더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글을 잘 쓰는데... 나는 이게 뭐람?' 하지 싶습니다.
너무 잘 쓴 글을 보면, 따라하기도 벅차고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지겠지 싶습니다.
아빠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학교공부법이 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재력이 있어도 지금 좀 부족하게 혹은 느리게 달리는 아이의 기를 팍 죽이는 교육. 아빠도 그걸 경험했고, 지금 우리 아이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고...
아빠는 참 답답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쉽고 낮은 자세로 ... 천천히 달리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글쓰기, 수학, 사회... 이런 걸 가르칠 수는 없을까?
아이의 글쓰기가 우여곡절 끝에 끝이 났습니다. 아이는 그래도 그 어려운 숙제를 마쳐쳤다는 안도감에 기분이 좋아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말합니다.
"얘야~ 만약 학교에서 너보다 더 잘 쓴 친구들이 있어도, 절대 기죽거나 부러워하지 말기다~~ 꼭~~ 지금 조금 글쓰기를 못해도 괜찮아. 오히려 책읽기를 열심히 하는 게 좋단다. 그러면, 나중에 글쓰기 실력은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고, 역전될 수 있거든. 그러니, 지금 좀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기죽거나 나는 왜 못하지? 그런 생각 안 하기다~~~~" 몇번이고 당부의 말을 해 주었습니다.
아빠는 곱씹어 생각합니다. '그래~ 지금 독후활동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그 때문에 책읽기가 싫어지는 게 더 안 좋다. 글쓰기가 좀 부족해도 책이 재밌고 책을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게 더 좋다. 내가 그러하지 못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