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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Dec 26. 2022

예민해 있을 땐 중단하고 쉬는 게

유연근무하는 아빠

아이가 예민할 땐 공부를 중단하고 쉬는 게


아빠의 짧은 경험으로는, 아이-부모 서로 예민해 있을 땐 공부/숙제를 중단하고 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이해 안 돼 할 땐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 보는 융통성이 엄마아빠에겐 필요한 거 같아요. 우리아이, 머리 나쁜 게 절대 아니예요.


첫째아이의 숙제를 봐 주었어요. 분수문제. 통분해서 분수를 더하는 문제. 아이가 모든 수를 가분수로 만들어 푸네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 하지만, 가분수로 통분하면 분자가 너무 커져요. 아빠는 정수나 대분수로 만들어 풀면 어떨지 제안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가분수로 통분해서 풀고 싶어해요. 아빠는 그냥 그렇게 하도록 두었어요. 그 방법도 맞는 거니까. 근데, 그랬더니 당연히 분자가 너무 커 져서 분자의 곱셈이 복잡해지죠.


이때, 아빠가 도움을 주었어요.

"정수 먼저 더하면 어떨까?"

근데, 아이가 짜증을 내요. 자기 스스로 풀어보려는데, 자꾸 아빠가 개입하는 게 싫은 눈치. 아빠가 한가지 더 조언을 했어요.

"음... 해법을 이렇게 흰 백지에 풀어보면 어떨까.."

아이가 또 짜증을 내요. 오늘, 아이가 첨부터 뭔가 짜증이 나 있는 듯 해요. 아하! 이런 기분으로는 공부를 계속 해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공부,숙제라는 게 기분 좋은 상태에서 해도 될까 싶은데, 짜증이 난 상태에서 하는 것은 독이 되겠다 싶었어요.


"얘야~ 아무래도 오늘 수학공부는 여기서 그만하는 게 좋겠어. 이런 안 좋은 기분으로 하다가는 너도 기분이 안 좋고 아빠도 기분 안 좋고... 서로 화가 나고 할 것 같아. 공부란 게 기분 좋을 때 해도 쉽지 않은 건데... 이런 기분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이가 연필을 놓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려요. 아이도 기분이 상했어요.


사람은 다 겪어봐야 안다고. 나도 내아이를 직접 가르쳐보니,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가요. 부모로서 내 아이가 이런 쉬운 부분을 이해 못 할때 얼마나 속이 상한지.. 이제 이해가 가네요. 내 아이만은 다 알 것 같은 데... 아이가 이해를 못할 때 저 밑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욱 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아빠는 여러 책을 찾아보고, 또 초등,중등,고등수학을 다시금 몸소 공부해 보면서 깨닫고 있어요.


아이가 이해 안 돼 하거나 아이-부모 모두 예민해 있을 , 바로 중단하고 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엄마아빠가 설명했는데 아이가 이해를 못 해 한다고 해서, 화를 낼 게 아니예요. 기다려 주고, 그래도 이해를 못 하면 좀 쉬었다가 다음 기회에 다시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그날, 그 순간, 어떤 다른 이유로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나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공부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어요. 우리 부모도 실은 그렇잖아요. 또, 아이 기분이 좋았다가도 어려운 부분을 당면하면 좋았던 기분도 안 좋아지게 마련이예요. 그런 모습을 부모가 보면 답답해지고 화가 날 거예요. 그럴 때는 주입식으로 "얘야, 다시 읽어 봐~" 라든지,"얘야, 이건 이렇게 풀어야지~" 하면서 화를 내며 다그칠 것이 아니예요. 아이가 정말 몰라서건 혹은 아이가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건, 이유 여하를 묻고 따지지 말고 그냥 연필을 놓고 그 날 공부를 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오늘이 아니라도 시간은 많아요. 보통 부모는 오늘이 아니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아요. 오늘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안함과 조급함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그랬었어요. 아이가 이해를 못하면 이해가 될 때까지 화를 참으며, 이해를 시키려고 했어요. 그러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면 참다가 폭발해서 아이한테 그 화를 내고 말았어요. 그러고선 후회를. 이런 경험을 통해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그 해답을 찾는데에 모 외국인이 쓴 수학공부에 관한 책이 큰 도움이 됐구요.  그럴 때엔 무조건 쉬고 잊으라는 거. 나중에 머리가 맑을때 다시 풀면, 그렇게 안 풀리던 문제가 희한하게 풀린다는 것. 그건 아이의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라는 거. 


그래도 아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할 땐, 또 다른 방법으로. 아이가 머리 나쁜 게 아니예요.

사람의 뇌는 다 달라요. 아이가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건 아이 머리가 나빠서 못 하는 것이 아닐 수 있어요. 가르치는 교육방법의 문제 때문일 확률이 높아요. 어떤 아이에겐 이런 식으로 설명해야 이해가 되고, 어떤 아이에겐 저런 식으로 설명해야 이해가 되는... 방법상의 문제일 뿐. 아이의 머리, 능력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또는 아이가 이해를 못 한다고 할 때, 아이머리가 나쁘다고 치부하거나 다그칠 게 아니예요. 아이의 뇌 구조가 사람마다 다 다르므로, 다른방식으로 또는 더 쉬운 방법으로 설명하면 이해를 할 수 있어요. 내 아이가 이해를  못하거나 어려워 할 경우, '왜 우리아이는 이렇게 쉬운 것도 이해를 못할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혹, 내 설명이 어려웠거나 잘못되었던 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해요.


첫째아이 공부를 중단하고 저녁밥을 차리고 밥부터 먹었어요. 한참후 아이가 아빠를 안방으로 불러요.

"아빠, 잠깐만 이리 와 보세요~."

방에 들어갔더니, 아이가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

"아빠... 아까, 미안해요~."

아빠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응, 아까 아빠도 미안했어. 아빠도 잘못했어. 퉁명스럽게 애기해서 미안해~"

"그리고 오늘은 공부 더 하지 말자, 공부는 기분 좋을 때 하자. 그래야 좋아~."

"이런 날은 푹 쉬고 놀자~."


아이가 한참을 놀더니.. 쓱~ 하고.. 아까 못다 한 수학숙제를 다 해서 내밀어요. 그새 다 풀었다면서 채점해 달라며. 아빤 채점을 해 주고 오산이 난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요. 그리고 아주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구요. 또, 조용해서 보니... 아이가 진도에 해당하는 수학문제지를 더 풀고 있어요.

"얘야, 오늘은 더 안 해도 돼, 그냥 오늘은 마음 편하게 놀자~"  

아이가 알겠다며 문제지를 덮어요.


오늘 수학데이는 이렇게 또 하나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끝이 났어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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