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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Jan 02. 2023

우리글독서와 영어책읽기

유연근무하는 아빠

우리글독서와 영어책읽기


우리아이는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아요. 또래 반친구들은 학원에 다녀서인지, 아이가 영어잘하는 친구를 부러워해요. 그에 비해 자신은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럴때마다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쪽찝게학원 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하고 유혹도 많이 돼요. 그치만 아빠는 아빠-아이가 같이 우리글독서, 영어책 읽어주기, 1주일에 딱 한번 영어화상강의를 해요.

 

아빠의 작은 신조는 독서예요. 국어,영어,수학 교과별 공부도 참 중요해요. 그치만 이 모두가 책읽기, 독서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요. 교과별로 양질의 문제를 많이 푸는 것도 중요해요. 그치만, 책을 읽어 고리고리 연결된 사고가 종합되어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는 어떤 공부보다도 그 효과가 크다고 믿어요. 이 아빠가 학교선생님도, 교육전공자도 아니지만, 경험으로.

 

우리아이는 또래아이들보다 영어가 많이 늦었어요. 아빠는 알아요. 남들은 초등입학 전부터 조기교육을 왔다는 사실을. 언어는 일찍 시작해야 좋다, 혹은 영어를 먼저 정복해 두면 나중에 타교과를 시간을 번다 등의 논리로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가정을 많이 봤죠. 그치만, 공부는 장기전이자 스스로 하는 것. 놀이나 재미라 여기며 일찍 시작해 길게 가면 참 좋겠지만, 학원을 공부가 아닌 재미로 여기기는 쉽지 않은 법. 일찍 학원을 시작해 일찍 지쳐 결국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고. 영어는 우리사회의 강박, 열등감, 스트레스, 언어의필요성 등이 뒤얽혀있는 참 멀리할 수 없는 존재. 우리아이. 남들보다 영어가 많이 늦었지만, 늦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라 생각하고 있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원에 의지하기 보다는 우리글 독서, 무지쉬운 영어책 읽어주기, 1주일 딱 한번 영어화상강의를 소신있게 해 보고 있어요. 


부족하지만, 아빠의 경험, 그간 아이에 맞는 해법찾기 공부를 스스로 해 오면서, 생각해 온 바를 아이에게 적용해 보고 있어요. 평소 우리글 독서 습관을 영어에 접목해 보려는 '영어독서'인 거죠. (시중에 영어책읽기에 대한 책이 많긴 해요. 그 실행이 어려운 거지요.)


도서대여점에 신청한 영여동화책이 집에 도착했어요. OR*1단계. 남들은 이 책 1단계라면 6-7세 애기들이 보는 단계겠지요. 부끄러워도 내아이의 능력을 부모가 모르면서 과대평가하면 안 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아기들이 본다는 1단계부터 빌렸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천천히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읽자마자 바로 해석(직독직해)해 주지않고 그져 천천히 영문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5분에 5권, 10분에 10권. 예전 아이 그림책 읽어주듯. 읽어주면서 속으로 순간 느낌이 와요. 아이가 이해하는지, 아님 몰라 눈만 깜빡이는지. 책의 대부분이 한 두개 단어, 문장은 1개 정도니까.  


다음은, 아이가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쉬운 영어책 2권도 읽어줬어요. 초급수준의 책이지만, 속으론 솔직히 어려워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럴 각오로 마음비우고 읽어주는 거니까. 같이 읽어보았어요. 먼저, 아빠가 천천히 읽어주고 아이는 듣고. 그 담엔 아이가 소리내어 천천히 읽고 아빠는 조용히 기다려준 후 책장을 넘겨주고. 아이가 이해했건 못했건 부모가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예요. 그러면 안 되는데, 너무 궁금해서, 아이의 초기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슬쩍 내용을 모르는 척 물었봤어요. 아이가 동화책 내용을 설명해 주는 걸 보니 이해는 하고 있는 눈치예요.

 

칭찬해 주었어요. 우리자식이 똑똑하고 대견해서가 아니예요. 천천히 아빠와 함께 잘 따라해 줘서. 아들이 멋적게 씩웃으며 말해요. 어이없다는 듯. "아빠, 이 정도는 학교에서, 화상수업에서 배워서 알아요."  


1년 전. 아빠는 아이 영어를 직접 가르쳐 보겠다며 도서관에서 오만 영어책을 다 빌려서 읽어주고 했었어요. 근데, 학원교육같은 뛰어난 교육스킬이 없어서인지, 너무 재미없게 읽어줘서인지, 아님 오히려 너무 많은 양을 읽혀서인지. 노력 대비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했었어요. 그 와중에 아이엄마의 제안으로 매주 1번 화상영어강의를 시도해 보았어요. 그게 벌써 1년. 아이가 일대일 화상수업이 하기싫다고 징징대며 매너리즘이 오기도 했었어요. 아빠는 부드럽게 타이르고. 또 아이의 외로운 영어 여정을 돕고자 직접 같이 해 보기도 하고. 또 힘을 실어주고자 도장 찍어주기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보기도 하고. 이런 아빠-아이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감회가 남다른 오늘.  


오늘은 1단계 ☞ 내일은 2단계 ☞ 언젠가는 3단계. 이렇게 아이와 우리글 독서하듯이 영어도 자꾸 같이 읽어주는 게 아빠의 목표예요. 영어화상수업도 마찬가지고. 하다가 하기 싫다고 하면 쉬고, 하다가 어려우면 다시 낮은단계로 내려가 하고. 아이가 외롭고 지치고 힘들어하면 옆에서 같이 읽어주고 아이는 그냥 듣게 해 보고. 학원의 우수한 교육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아빠만의 영어독서를 해 보는 중이예요.  


사람마다 DNA속에 남과 다르게 타고난 고유한 능력이란 게 있긴 있겠다 생각해요. 손재주가 좋을 수 있고, 운동을 잘 할 수 있고, 말을 조리있게 잘 할 수 있고. 근데, 그게 공부건, 운동이건, 사업이건, 어떤 분야에서건 아이가 자신의 꿈과 소망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독서, 책읽기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빠의 소신이예요.

 

아이가 점점 영어를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해도 그건 우리아이가 똑똑해서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능력은 단기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란 걸 알아요. 다른아이와 비슷한 궤도에 올라선다 해도 그건 아이의 능력이라기보단 매일의 독서와 매주 한번하는 화상강의, 또 학교교육의 덕분이겠지요.


우리아이는 아직 자신이 영어를 잘 못 한다고 말해요. 학교에 영어 잘 하는 아이가 워낙 많아서예요. 아빠가 보기엔 아이의 영어실력이 아주아주 부족하다고 생각진 않아요. 비록 발음, 읽기 등이 서툴고 느려도. 아이 스스로 느꼈는지, 그렇게 안 듣겠다던 학교방과후 영어수업을 자진해서 다음학기땐 들어보겠다 해요.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해 보려 할 때 학원/방과후수업이 아이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거예요.


아이가 떠듬떠듬 읽어나가는 영어동화책.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아빠. 그 풍경이 오래갔으면 하고 빌어요. 그러려면 아빠의 꾸준함과 학원의 유혹에서 빗겨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혜와 인내가 앞으로도 많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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