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하는 아빠
아이를 가르쳐보니, 한자어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자로 도배된 세상,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합니다.
우리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어휘 투성이입니다. 문해력.. 한자어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빠가 아이와 공부/숙제를 같이 하다 보면 절실히 느끼는 게 있습니다. 감정조절의 노하우도 중요하고, 또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에게 아주 적절한 어휘로 효과적인 설명을 해 줘야 하는 그런 노하우도 필요하구나~ 깨닫습니다. 아이를 가르칠 때에 간과하지 말고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한자어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말, 우리책은 한글로만 이뤄진 게 아닙니다. 한자, 일본식한자, 영어.. 그 중 한자를 모르면 책 속의 글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외국인과 우리말로 조금만 대화를 해 보면 금방 알게 됩니다. 또 아이를 가르쳐보면 대부분의 단어 단어들이 다 한자로 구성된 어휘들 투성이라서, 그 어휘를 헤체하여 풀어서 설명을 해 주어야만 이해를 합니다. 시중에 얘기되는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문제도 1차적으로는 독서부족에서 오지만, 그에 앞서 우리나라 글의 많은 부분이 한자어휘로 구성되어 이 한자어휘에 대한 해석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든 생각입니다. 돌려 생각하면, 책이나 교과서를 읽을 때 한자어휘만 어느정도 알아도 상당부분 이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한자어휘를 모르고 이해를 못하면 우리나라 글인데도 아무리 읽어도 이해를 못하는 까막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지식인들이 외국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순수 우리말보다는 축약이 가능한 한자어휘를 사용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어를 축약해서 짧고 좋지만, 한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 뜻이 이해가 안 가는 게 당연할 겁니다. 심지어 어른인 이 아빠도 그러한데 말입니다.
낫놓고 기역자 모른다는 말이... 꼭 국어자체를 몰라서가 아니라, 이 한자어휘를 몰라도 이런 현상이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나도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에 공부가 어려웠던 원인 중 하나가 한자어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 못한 탓이 크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 봅니다. 성인책으로 갈수록 한자어휘, 일본식 한자어휘가 책의 대부분을 도배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식용 책들을 볼때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내가 눈만 떴지, 눈 뜬 장님인가?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들이 많을까?' 읽어도 속도도 안 나고, 한 페이지 넘기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한자 그리고 일본식한자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내 아이는 이런 폐해를 반복하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자성어를 가까이 하게 하거나 같이 읽어 본다거나 어려운 어휘가 나오면.. 이건 물수에 길도. '수도'. 물길이란 뜻이야....라고 풀어서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역지사지의 눈으로 보면,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글자에 함축된 뜻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부지기수일 텐데.. 얼마나 세상이 답답하고 그럴까...? 생각이 듭니다. 어른인 내가 봐도 참 이 세상이, 특히 우리나라는 말이, 우리 글이 어렵단 생각이 듭니다. 왜 영어처럼 풀어써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하지 못하는 걸까? 개전의정, 신의성실의원칙. 정수와 소수, 공약수와 공배수, 수륙양용자동차.. 꼭 이런 식으로 써야 할까?법학책, 과학책, 사회책, 심지어 수학책... 모두... 어렵고 답답한 어휘들로 도배된 세상. 다른 눈으로 보니 우리세상은 참 아이들이 살기에, 아니 이 아빠같은 어른이 살기에도 참 힘겨운 세상입니다.
2022-봄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