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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24. 2022

잠자리 아이 다리 주물러 주기

유연근무하는 아빠

잠자리 아이 다리 주물러주기. 


아이 어릴때부터 아빠가 해 주는 습관이 있습니다. 잠 많이 재우기. 잠잘 때 아이 다리 주물러 주기. 잠자는 시간에 두 아이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게 어느덧 습관이 되었습니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많이많이 크라고. 아빠처럼 성장기에 공부하느라 키 안 커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았으면 하고. 


이 습관은 아버지가 해 준 습관입니다. 어렸을 때, 내 아버지는 잠잘 때, 내가 몸이 아플 때, 다리에 알이 배겨 힘들어할때, 다리를 주물러 주곤 하였습니다. 아이와 부모님댁에 놀러가면 할아버지는 곧잘 두 아이의 다리를 주물러 주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전화에 잠잘 때 아이 발을 많이 주물러 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져 인성에 좋다며...^^. 그래서일까. 잠잘 때 아이 다리 주물러주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00시네, 이제 잘 시간이네, 빨리 자야지~라고 아이에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다리를 주물러 주다보면 어느새 아이 숨소리가 바뀌면서 새근 잠에 빠져듭니다. 하루 중 엄마아빠가 직장에 메어있느라 아이와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에, 잠자리에 드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다리를 주물러주면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 친구와 속상했던 속마음을 얘기하곤 합니다. 


근데, 하다보면 이 습관을 유지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아빠도 직장일로 피곤이 겹치면 눈꺼풀이 내려앉고 잠이 마구마구 몰려옵니다. 아빠가 피곤해 하면... 두 아이는 눈치를 보며, 오늘 아빠가 다리 안 주물러 주면 어떻하지...? 하고 걱정어린 눈치를 보는 게 다 보입니다. 귀여운 녀석들... 


요즘은... 두 아이가 잠이 들어 슬쩍 나가려고 하면, 애엄마가 자기 다리도 주물러 달라 합니다. 첨에는 귀찮아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누구는 해 주고 누구는 안 해 주나.. 싶어, 시작한 것이 지금은 어느덧 애엄마 발도 주물러 주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 덕에 애엄마와의 사이도 좋아졌습니다. 애엄마는 직장에서 하루종일 서 있습니다. 다 우리가족을 위해서인데. 나는 참 생각없고 멋없는 남편인가 봅니다.


요즘은 한해 두해 나이가 들면서 주무르는 악력이 줄어든 느낌이다. 애엄마는 내 손 힘이 약해졌다고 합니다. 하기 싫어 일부러 약하게 주무른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아닌데. 내가 느끼기에도 몇 년 전보다 악력이 약해진 느낌입니다. 나이 때문인가?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싶어, 속으로 맘이 안 좋습니다. 어제도 첫째아이, 둘째아이, 애엄마 이렇게 발을 주물러 주고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제도 애엄마는 내 손 힘이 약하다고 합니다. 내심 시원하지 않았나 봅니다. 애엄마도 아빠가 약해진 모습이 싫은 눈칩니다. 조용히 방을 나왔습니다. 


아직 애 키울 세월이 많이 남았는데. 애 아빠만 나이들어 약해지는 게 싫어서일 겁니다. 요즘은 멀쩡하던 이빨이 약해져 흔들리고 없던 소소한 병들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내겐 이런 거 안 올 줄 알았는데...


2022-봄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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