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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30. 2022

나도 너 그렇게 키웠다.

유연근무하는 아빠

나도 너 그렇게 키웠다.


우연한 기회에 김0옥 강사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어느날 강사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니 자식 이쁘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프지? 나도 너 그렇게 키웠다..." 순간 먹먹했습니다.


얼마전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갔다왔습니다. 맘이 좋지 않았습니다. 곧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 생각하니.


요즘 자꾸 같은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흐느끼다가 깨는 일이 잦습니다. 어머니아버지 얼굴이 나옵니다. 일어나서도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주변친지,친구 부모님이 자꾸 돌아가셔서 그런가. 부모님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인가. 나 또한 나이를 먹어가서일까. 나는 멀쩡한 것 같은데 고개들고 돌아보면 내 나이 듦이 서글퍼서인가? 맘과 몸이 따로 노는 갱년기 때문일까. 내 아버지어머니도 이랬을까.


부모님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실까. 나는.. 부모님의 이별, 인간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그릇이 될까. 나는 인간의 죽음,이별에 약자입니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약자. 그저 과거와 현실만을 꽉 붙잡고 있고픈 약자. 아이엄마가 한 수 위입니다. 미래만 생각하며 후회하지 말고, 현재 삶에 충실하고 즐겁게 살자고... 그게 부모님이 바라는 것일 거라고.. 머리론 이해가 되지만 감정만 앞서 불안과 슬픔이 많은 나는 약자입니다.


바쁜 생활. 부모님 목소리를 듣고싶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주 못 가서 죄송하다는 말 뿐. 아버지 첫 마디... 뭐하러 전화했나... 바쁜데... 니 건강이나 챙겨라. 인제 니 몸이 다를기다. 주말에 여기오지 말고, 애들 데리고 어디 좋은데 바람쐬러 가라. 먼 데 뭐하러 오나... 항상 그러십니다. 보고 싶지만 자식이 먼저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선 자식이 온다 하면 집 앞에 나와 기다리는 당신. 언제 오나 우리자식~, 언제오나 우리 손자손녀~ 하며 목 빠지게 기다리는 당신.


전화를 끊었습니다. 찝찝하고 싸한 이 기분은 뭘까? 목소리 들으면 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이 싸한 기분은. 나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나이가 들어가는데, 왜 아버지어머니가 더 보고 싶을까? 아직 철이 덜 들었을까? 속마음은 엄마아빠를 애틋하게 부르는 어린아이 시절에 머물러 있는 착각이 들 때가 많은데... 나이듦에 두근거리는 마음. 다른 이도 그럴까. 아님 이제사 철이 드는 걸까? 바보같이.


아이가 크고 있습니다. 작년 다르고 어제 다르고. 아이가 스스로 잘 하더니 오늘은 치카치카해 달랍니다. 어리광. 평소같아선 스스로 하라고 하지만, 조용히 양치질을 해 줬습니다. 아빠 앞에서 아~ 하고 벌린 귀엽고 조그마한 입. 그 안에 난 콩알같이 쪼매난 이빨들. 아하.. 벌써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애기인 줄만 알았는데. 내 기억 속엔 4살 애기로 남아있는 내 아이. 벌써 컸구나.  


니 자식 이쁘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프지? 나도 너 그렇게 키웠다... 이 말이 자꾸만 가슴을 찌릅니다.


2022-겨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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