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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4, 우리아이가 잠시 돌아왔다.

by 초록빛


일요일 회사에 갔다왔다. 2시가 넘어 집에오니 아이가 거실에 있다. 웬일이지? 방문을 잠그고 안에 있지 않다.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잠시후, 게임이 재미없는지 안방으로 가 티비를 본다. 그러더니.. 문득 말한다. 아빠.. 다리 주물러 주세요...

순간 나는 달려갔다. 아들에게. 자동반사적으로.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달려가 아이 다리를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감격적이고 가슴이 뭉클했다. 눈물이 나오려 했다. 순간.. 몇 년 전 우리아들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근 일년 만에 아이가 아빠에게 말을 건냈다. 아빠가 말을 걸어도 문을 잠그고 대답도 안하던 우리아들. 예전으로 돌아간 듯 했다. 감격스러움으로 아이 다리를 두드려줬다. 아이는 티비를 보면서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아빠를 멀리한지 일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길게는 이년. 육학년이 되면서부터 바람쐬러 나가자고 해도, 방에만 있던 아들. 평소 잠자리에서 아빠가 다리를 주물러주면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다리를 주물러 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거부하던 아들. 밤낮이 바뀌어 낮에 하교 후 내리 잠을자고, 가족들이 자는 밤에 일어나 새벽까지 깨어있던 아들. 그런 아들이 순간 아빠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아들이 아빠..하고 불러 주었다. 그런 아들이 아빠 옆에 누워 다리를 내어놓고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런 아들을 근 일년만에 이 아빠가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다.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육학년까지 제법 살이 붙어 허벅지가 튼실했던 아들. 오늘 주물러보니 살이 하나도 없이 뼈만 앙상하다. 통통했던 살이 키로 쑥 간 때문일까. 야윈 아들이 안쓰럽다. 등. 허리. 허벅지. 종아리. 발뒷굼치. 돌아가며 주물러 주었다. 기분이 좋은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대로 이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대로 정지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두드려도 팔이 아프지 않았다. '자기야~ 지호가 순간 돌아온 것 같아..' 애 엄마에게 감동의 눈길을 조용히 보냈다. 애 엄마도 조용히 쳐다본다.


아들이 순간 돌아왔다. 잠시겠지. 잠시겠지. 그래도 좋다. 이 사춘기가 가고 아이가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오긴 할까? 돌아올까? 안 돌아온다 해도, 훌쩍 떠나가 버린다 해도, 어쩔 수 없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잠시 돌아왔다. 아주 잠시. 2024-12-22.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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