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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과 고민상담

유연근무하는 아빠

by 초록빛


어린 딸과 학교 친구 고민상담을 했습니다.


1학년 딸이 요즘 마음이 안 좋습니다.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다며 좋아하고 매일 같이 다닌다고 하더니, 그 친구와 요즘 사이가 안 좋나 봅니다.


오늘은 돌봄교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얘기인 즉, 그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 돌봄교실에서 같이 있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절친이었던 그 친구가 자기를 째려본다고 합니다. 속상해합니다. 우리 딸도 그 애한테 말을 안 건다고 합니다.


실은 우리 딸은 그 애와 다시 친해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 애가 자꾸 째려보는 것 같고, 그 새 벌써 다른친구와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친해지고 싶어도 지금 이상하게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합니다.


"00야~ 그럼 네가 먼저 말을 걸어보지 그래?" 했더니, 그게 맘같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00야~ 필요할 땐 너무 참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친구야~ 나는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니가 자꾸 나를 그렇게 보고, 그 친구하고만 놀고 나하고 안 놀고.. 그래서 무서워서 말을 못 거는 거야~ 라고 솔직하게 니 심정을 얘기해 보는 게 어때~" 라고 했더니, 말을 못 하겠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나를 다른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애가 무섭기도 하고...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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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 아빠와 똑같을까요?

아이에게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서 풀라고 조언을 했지만, 실은 나 & 애엄마 .. 똑같습니다. 남에게 싫은 말 전혀 못 하는 성격. 어찌 똑같이 닮았을까요? 혹시 내 말로 인해 사이가 더 벌어질까 싶어 친구 눈치를 살피는 우리아이. 실은 저의 모습, 애엄마의 모습이다 싶습니다. 제가 그랬었습니다.


"00야~ 아빠는 어릴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걸 후회해, 자꾸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나중에 딱 굳어지면 더 말 못 하게 돼~. " "실은 아빠가 그래. 우리딸은 아빠처럼 하고싶은 말 있어도 말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지금도 회사에서 하고싶은 말 다 못 하고 일해. 부끄럽지만, 습관이 무서운가 봐~" "00야~ 정말 모를때는 그냥 물흐르듯이 몸을 맡겨봐. 어떻게 해야겠다 미리 생각하지 말고, 그냥 분위기대로 물흐르듯이 몸을 맡겨보는 것도 필요해 ..." 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듣던 안 듣던... 아빠의 푸념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의 학교생활, 사회생활... 어른과 참 똑같습니다. 어른의 사회생활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압니다. 아빠엄마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애가 똑같이 얘기한 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성격대로 할 겁니다.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합니다.

우리딸이 자신의 생각으로 현명하게 이 상황을 물흐르듯이 몸을 맡겨 헤쳐나가기를. 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떻게 어떻게 지금 이렇게 되었네...?? 라고 느끼고 있을 겁니다. 모든 게 내 맘 먹은대로 안 될 때가 있을 겁니다. 사람간 관계가 그렇습니다. 다만, 타인으로 인해 아이의 맘이 안 다쳤으면 좋겠습니다.


2022-10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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