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큐브를 - 222(2)

유연근무하는 아빠

by 초록빛

아이와 큐브놀이(222)1

아이와 큐브를 - 222튜브(2)


딸에게 큐브를 직접 가르쳐 보다. 포기않고 다르게 가르쳐보니 따라온다. 아빠가 또 큰 거 배웠네~


어제 아침에 엄마가 둘째아이 학교방과후 큐브수업을 그만두었습니다. 돈 아끼려 해서가 아닙니다. 아이가 아직 못 따라가서입니다. 근데... 아빠는 직장에서 계속 맘이 쓰였습니다. 내 자식이 못해서 그렇다 하니.


우선 아빠는 하교하는 아이에게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무조건. "괜찮아~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 쉽게 가르치지 못한 어른 잘못이야~ 자신감을 가져~" 라고 폭풍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겉으론 태연한 척 엄마와 아이에게 위로의 말을 계속해 주었지만, 속으론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직접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아이 하교를 시키고 집에 와서 아이를 씻기고, 테이블에 같이 앉아 유투브를 틀고 000큐브를 같이 봅니다. 몇년전 오빠 가르칠때 도움을 받았던 큐브 동영상 강의로. 222큐브 동영상을 펼치고 배속을 느리게 한 후, 아이와 눈을 맞추며 같이 봅니다.


1단계(아래 노란면) ok, 2단계(위 흰면) ok, 3단계(위흰면바래아래면) ok... 총 4단계중 3단계까지 아이와 같이 맞춥니다.


아이도 자신이 해 내는 모습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양입니다. 아이는 2단계까지 하고서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다가, 엄마가 퇴근하고 밥을 먹고서 다시 연이어 3단계를 보겠다고 합니다. 말은 안 해도 이 아이도 속으론 자존심이 상했나 봅니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나 봅니다. 저녁밥 먹고 쉴 타임인데도 바로 "아빠, 유투브 같이 봐요~ 000 다음단계 봐요~" 합니다.


아빠는, 둘재가 지쳐 잠들 사이, 첫째아이와 얘기를 합니다. 동생이 방과후 큐브수업 취소했다고 머라고 하지 말기로. 오히려 괜찮다~ 잘했다~ 라고 북돋아 주기로. 지금 동생은 자신감 회복이 필요한 때라고. 사람마다 뇌의 구조와 성격이 달라 누가 머리가 나쁘고 누가 머리가 좋고를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아들도 알았답니다. 맞다고 자신감 회복이 필요한 때라고.. 공감해 줍니다. 아이가 컸나봅니다. 전에는 동생 얘기만 하면 동생편을 안 들려 하더니. 공감해 주는 걸 보니 컸나 봅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 다시금 4단계를 둘째아이와 같이 큐브동영상을 봅니다. 아이가 재밌게 이해를 합니다. 약간 유치하지만 재미도 있고 이해도 되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아이만 그렇겠습니까? 어른인 아빠도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남들보다 이해도 안 되고 뒤쳐진다고 느끼면 기분이 엄청 나쁠 겁니다. 반면, 이해가 되고 재밌고 하면 얼마나 기분이 날아갈 듯 할까요? 다 똑같습니다.


딸이 말합니다. "아빠, 222큐브 마지막 단계까지 다 하게 되면, 스큐브도 해요~" 이렇게 필 받았을 때 다른 큐브를 하면 능률이 배가 되겠다 싶습니다. 아들이 옆에서 222하고 333도 하고... 스큐브도 하고... 맞장구를 쳐 줍니다.


아빠는 생각합니다.


'이게 배움이 아닐까?'하고. 학교에서, 학원에서, 1등 빼고 다 돌머리, 둔재라 치부되는 것보다는 아... 그 방법 말고 이 방법으로 해 보니 이해가 되네, 이렇게 쉬운 걸... 왜 몰랐을까? 왜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봐 주진 않을까? 라고 아이들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당장 2.2.2.에서 멈출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아이가.


하지만, 아빠는 이 기회에 큰 것을 배우고 확인했습니다. '가르침에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있는 게 아니다. 내 생각이 맞았다...' 하는 것을. '우리아이가 머리가 나쁜 게 아니고 가르치는 방법이 다 다른 거 였구나..' 하는 것을. '우리아이가 끈기가 없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오히려 어떻게 보면 아이가 엄마보고 울면서 수업 못 가겠다고 한 게 잘 한 일이었구나..' '아이가 제 때에, 이해가 안 되니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며 엄마에게 울며 수업에 못 가겠다고 반응해 준 건 아니었는지.. 오히려 포기한 게 참 잘 한 일이었구나...' 생각해 봅니다.


먼가 아니라는 생각, 마음의 신호를 묵살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바로 엄마에게 얘기해 준 우리아이. '많이 부끄러웠을 텐데... 참 잘 했네, 네가 아빠엄마보다 현명한 거였네...' 아빤 생각합니다. 아빠는 수업을 취소하고 포기해 준 우리아이, 우리딸이 고맙습니다.


사람은 얼굴의 생김처럼, 뇌구조, 이해하는 정도, 해석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다양할 뿐, 다 나름 재능이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이것을 또 이 아빠가 깨닫게 되어 정말 제겐 큰 수확이 된 셈입니다. 00야, 고마워~ 아빠가 큰 걸 하나 또 배웠네~


2022-9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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