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반모임이 성사되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 왔다.
일을 하고 있었다면 꿈도 못 꾸었을 일이다.
같은 반 엄마들과 브런치 모임이라니!
나도 그들의 리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어젯밤에 팩을 붙이고 아침부터 이 옷 저 옷 입어보느라 분주했다.
날씨가 어중간해서 긴 셔츠와 면바지를 아침에 입었지만 너무 캐주얼한 것 같아 반팔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하루 종일 추웠지만 견뎌야 했다.
브런치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엄마들은 짧게 자기소개를 하고 미리 주문된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렇게 모인 엄마들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궁금했는데 뭔가 그 비밀을 공유하게 되는 것 같아 설레기도 했다.
곧 있을 운동회 얘기와 계주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에는 엄마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느껴졌다.
계주 대표에서부터 뭔가 경쟁의식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외국에서 오래 살다 들어온 아이의 엄마도 초반에 많은 주목을 받고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외국생활과 언어교육에 관련된 어떤 경외심과 반대로 질투심 같은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내 주변에 앉은 엄마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갈만한 곳에 대한 공유 등 시시콜콜한 내용뿐 아니라 엄청난 교육열을 느낀 시간이었다.
여기 학교가 이 지방 도시에서 몇 안 되는 사립초이고 나름 교육열이 높은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이미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반 이상의 아이들이 영유를 나오거나 해당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도 나름 어릴 때부터 영어 노래와 책에 많이 노출시키고 영어 영상도 최소한으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조급함이 밀려왔다.
우리 아이도 영어학원에 지금이라도 보내야 뒤떨어지지 않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 말이다.
또한 곧 있을 스승의 날 행사를 기획했고 담임을 포함한 선생님들의 평가가 이루어졌다.
나는 역시나 다들 일 안 하시냐는 물음에 오늘도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교사라는 말을 하는 동시에 학부모들은 입을 다물 것이고 나와 선을 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에 걸쳐져 어디에도 완전히 섞이지 못하는 위치임을 오롯이, 온몸으로 느꼈다.
이렇게 부유하는, 마치 기름과도 같은 나의 위치를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의 언니가 있는 엄마가 안 좋은 평가를 듣는 다른 선생님의 에피소드를 말할 때였다.
그 선생님이 공개 수업 중에 특정 아이에게 ADHD 같다는 식의 말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순간 그 아이가 우리 아이처럼 느껴졌고 종이에 살짝 긁힌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아, 여기는 내가 올 곳이 못되는구나.
보통의 부모가 되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결국 그들의 세계에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는 나처럼,
내 아이도 보통의 아이들과는 완전히 섞이지 못하겠구나 하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나도 드디어 백조 무리 속에 들어가는구나 했던 나의 순진한 기대는 결국 미운 오리였음을 명백히 알아차린 쓰라린 첫 모임이었다.
마치 수많은 외제차 사이에 주차된 나의 낡은 국산 소형차처럼 말이다.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