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엔 ADHD 아이의 귀여움에 대해 얘기했다면 오늘은 그 이면에 감추고 싶은 고민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워낙 나타나는 양상들이 다양하지만 우리 아이는 부주의와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는 사회성.
오늘도 아이는 학교에서 뭔가를 잃어버렸다. 불안이 높은 부모에 의해 채워졌던 아이의 시계다. 갤럭시 워치였지만 당근에서 저렴히 구입해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하교 후 재잘거리던 아이의 얘기를 듣다 문득 아이의 손목이 훤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운동화, 물통, 필통 완벽히 다 챙겼다 생각했는데...
아이는 갑자기 자기 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점심 먹기 전에 풀어서 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그 길로 바로 뒤돌아가 방과 후 교실, 도서관, 교실에 가서 다시 찾아보라고 했지만 있을 리 없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같은 시간에 방과 후가 끝났지만 같은 반 친구들보다 늦게 나오는 건 물론이거니와 매일같이 실내화를 신고 나오거나 물통 등을 두고 나온다. 늘 단속을 하지만 늘 반복이다.
잔소리를 들으며 인도를 걷다 갑자기 길가 식물들이며 열매 따위를 만진다. 그러다 자전거가 오는 것도 모르고 코앞에서 부딪힐 뻔한다.
야! 조심해야지!
이런 부주의함은 늘 부모를 조마조마하게 하고 독립심의 신장은커녕 의도치 않은 과보호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귀여운 수준이다. 이전에도 계속 기록했듯 감정조절과 사회성의 어려움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지난 주말에도 내가 머리를 자르러 간 동안 아이와 아빠가 한바탕 한 모양이었다.
자른 머리만큼 상쾌한 기분으로 미용실을 나오는 길이었다.
큐브 장난감 다 버려주세요!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서둘러 집에 가보니 아빠가 아이를 꽉 잡고 진정시키고 있었으며 아빠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또 그 장난감이 문제였다. 과도한 몰입을 막기 위해 가지고 노는 시간을 제한했지만 아이는 그걸 참지 못했다.
월요일 학교 수업에서도 새로 구성된 조 아이들과 할리갈리 게임을 했는데 한 친구가 계속 이기자 울었다고 한다.
놀이치료 수업에서도 자기가 하던 걸 멈추고 선생님과 정한 게임 시간을 지키지 못해 마치는 시간까지 떼를 썼다.
이렇게 끊임없는 문제 행동으로 나는 늘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다른 엄마들이 영어 학원이며, 수학학원, 여러 예체능을 고민할 때 나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관련 카페를 하루 종일 검색한다.
약의 종류와 효능, 부작용을 검색하고 행동치료들의 장단점을 찾는다. 좋다고 하는 영양제들과 식재료를 사들이고 안 좋다고 하는 우유며 탄수화물 등을 확 줄인다.
지금도 놀이치료를 받고 있지만 또래들과 상호작용이 부족한 것 같아 사회성 그룹치료도 수소문해 상담도 다녀왔다.
이전에 다녔던 곳이지만 낡은 시설과 상대방 아이가 화용 언어가 많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니 선뜻하기가 망설여진다.
다시 수많은 서치와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고사했다.
물론 해보고 결정해도 되고 둘 다 진행하면 더욱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외벌이 상황에서 지원금 없이 하나 더 강행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복직을 하더라도 이틀을 센터 수업에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수업의 효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상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니 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거나 아이의 피로도만 더 쌓일 수도 있었다.
정상 발달의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수많은 고민과 좌절과 결정이 필요할 테지만 이런 어려움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그것의 두 배, 세 배의 고민과 좌절과 결정과 실패의 연속이다.
인생이라는 것이 늘 풀리지 않는 문제 투성이지만 책임을 지고 키워야 하는 내 아이의 문제는 더더욱 암담하다. 보이지 않는 안개가 낀 긴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다.
터널의 끝은 있긴 한 걸까.
안개가 걷히고 푸른 하늘을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때가 오긴 할까.
누군가 그 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