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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이지만 사랑스러워

by 흰돌

소아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한 의사가 한 말 중에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다.


"저는 ADHD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지금까지 이 아이를 키우면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죄인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 행동으로 인해 걸려오는 전화는 공포 그 자체였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아이, 다루기 힘든 아이가 우리 아이인 것이다.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또래 친구들도 우리 아이를 그렇게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가 다정히 인사를 해도 퉁명스럽게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00 이는 우리 유치원에서 제일 말썽꾸러기예요."

라는 말을 그다지 착해 보이지 않는 여자 아이에게서 듣는다거나 할 때에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든다. 심지어는 우리에게 왜 00 이를 그렇게 오냐오냐 키웠냐는 말도 들어봤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던 순간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아이가 가끔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화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부모에게 자식은 늘 그런 존재이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매력이 있듯 우리 아이도 그렇다.


ADHD 아이들은 불치병이 아니라 다른 또래들보다 뇌의 성장이 더딘 것일 뿐이다.

그래서 또래들보다 어리숙하고 유치한 말썽꾸러기들이지만 그렇기에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고 엉뚱 발랄하다.


하지만 세상은 다루기 쉬운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삼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문제아 취급한다. 하지만 아이들마다의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고유의 개성이 있다.

그러니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세상 모든 사람들도 다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아이들은 다 반짝이는 존재라고.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들을 적어서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


요즘 아이가 빠져 있는 것들


1. 로봇

로봇을 너무나 사랑해서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은 아이다. 첫째로는 로봇 방과 후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월요병도 없이 로봇 방과 후 수업이 있는 월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다.


둘째로는 로봇 장난감을 정말 사랑한다. 집에 로봇 장난감들이 많은데 예전에 중고로 사주었던 애니멀큐브라는 변신 로봇에 요즘 다시 사랑에 빠졌다. 분리했다가 조립했다가 반복 지옥이다. 너무 여기에 빠지고 전환이 잘 안 되어 조절이 필요할 정도인데 이 로봇들에게 줄 먹이를 만들고 시간표를 짜서 수업을 하고 세계 곳곳에 일어난 재난에 구조를 떠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는 건 발전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로봇 만화 영화도 빠질 수 없다. 그중에서 카봇에 심취되어 있는데 하루 동안 잘한 경우에만 특별히 맥시멈 두 편을 볼 수 있다. 그때에는 나도 좀 쉬거나 씻을 수 있는 효자템이기도 하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시계로 로봇들을 부르는 포즈를 취할 때면 너무나 귀엽다.


2. 게임

게임도 아주 사랑하는 아이다. 영상과 미디어에 너무나 몰입하는 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아빠가 산 링피트라는 게임과 마리오 카트라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거실 TV에 연결해서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실제로 하는 듯이 하는 게임이다. 너무 중독이 될까 봐 일주일 동안 잘했을 경우에만 겨우 주말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링피트는 링을 들고 실제로 몸을 움직이면서 게임을 하는데 운동이 되는 부분이 좋아서 하고 있다. 특히 링을 들고 여러 운동들을 모아 마치 무용처럼 우리 앞에서 공연할 때면 정말 사랑스럽다.


3. 학교

초등학교 입학은 마치 지옥문에 들어가기 전처럼 느낄 정도로 우리 부부에게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도무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처럼 그런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쓸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천만 중 다행으로 아이는 아직까지 학교를 좋아한다. 유치원에서 처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머무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방과 후 프로그램들을 하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와서 좋지 않을까 예상해 보았다. 하루는 이유를 물었다.


"학교가 왜 좋아?"


그러자 아이는 의외의 대답을 해주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좋아요. "


그래도 좀 컸는지 새로운 자극들을 싫어하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늘 집에서 흥얼거리는 노래들을 물어보면 학교에서 배운 한글 노래들이다. 원숭이 노래, 한글 숨바꼭질 같은 노래들.


"원숭이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네~ 아야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


그리고 유행가처럼 부르는 교가.

앞으로도 계속 학교가 좋고 거기에 있는 동안은 행복한 아이였음 한다.


4. 개그캐

우리 아이는 정말 짱구 같은 아이다. 스스로도 자기가 특이하다고 말하는 아이. 자기 반에서 자기가 가장 웃기다고 생각한다.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리고 자기 반에서 자기가 가장 귀엽다고 생각한다. 내가 늘 귀엽다고 말해주고 강아지라고 말해주어 그런지 자기 엉덩이를 흔들거나 자기 볼을 꼬집으며 "귀엽죠?'라고 묻고 늘 "우가우가"라는 자기가 만든 유행어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개띠인 자기를 정말 강아지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호랑이띠인 나에게는 귀여운 아랑이(아기호랑이의 줄임말이라고 한다)라고 부르고 소띠인 아빠에겐 송아지라고 부르며 귀여워한다.


5. 좋아하는 음식

우리 아이는 입맛도 좀 까다로우면서도 의외의 것들도 잘 먹는다. 어렸을 적부터 많이 먹어서 그런지 채소들도 좋아하고 잘 먹는다. 생당근이나 생오이도 잘 먹고 데친 브로콜리나 버섯도 좋아한다. 두부와 콩류도 사랑하고 맵지 않은 익은 김치 종류도 잘 먹는다.


해산물과 과일은 다 잘 먹는 편이고 견과류 종류도 다 좋아한다. 최근엔 책에서 보았는지 마카다미아를 사달라고 해서 주었더니


"마카다미아는 맛이 정말 다양해요. 단맛, 짠맛, 쌉쌀한 맛도 느껴져요. 견과류 중의 팟타이 같아요."

라고 말해서 또 놀라움을 준다.


빵과 케이크 종류도 좋아하고 피자와 스파게티도 아주 잘 먹지만 살이 안 찌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기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는 밥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 비계와 같은 그런 식감을 너무나 싫어해서 주로 살코기만 구워 주지만 그마저도 몇 점 먹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닭고기는 좋아해서 치킨과 삼계탕 등은 잘 먹는다.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아이의 특성과 사랑스러운 점을 두서없이 기록해 보았다. 적다 보니 아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고 더 많은 애정이 생긴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를 더욱 관찰하고 살피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자세히 보아야 더 사랑스러우니까 말이다.


아이가 아빠와 만든 로봇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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