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이야기] 내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이유

by 유행에민감한여자

1993년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참사는 끝없이 일어났다. 이듬해는 성수대교 붕괴, 그 이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 최근까지도 세월호에 이태원 참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93년 이후에 일어나는 참사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남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지만 나는 감정 없이 사건이 일어난 사실로만 받아들이곤 했다. 어떻게 나는 이렇게 공감능력이 없을까 하며 나는 굉장히 무정한 사람인가 보다 했다.


3년을 같은 반을 한 고등학교 친구들도 내가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인 걸 알고 있다. 아직까지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동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나는 동창들이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심지어 친구들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도 별로 없어서, 이제 와서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러곤 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하나같이 ‘너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니까’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실제로도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다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직업이 무엇인지, 어디 사는지, 몇 살인지, 그런 게 굳이 궁금하지 않다. 보통 그런 주제를 상대방이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거나 남의 기분을 읽지 못하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양상을 많이 보이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건 또 죽어도 싫은 사람이라서 할 도리는 하며 욕 안 먹을 정도로 하며 살아왔다.


내가 정말 남에게 무관심하고 매정한 사람인 것일까?


어느 무더운 여름날, 딸아이의 초등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가고 있었다. 교차로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차로에서는 새로 생기는 경전철의 공사가 한창이여서 도로는 아스팔트 대신 철판으로 덮여있었다. 신호등 아래에서 녹색불을 기다리던 내 옆에 한 아저씨가 흰색 강아지와 다가왔다. 강아지는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발을 계속 번갈아가면서 바닥에서 뗐다 딛었다를 반복했다. 순간 바닥이 여름 태양에 뜨겁게 달구어져서 발바닥이 뜨겁겠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렸다. 아저씨게에 얼른 강아지 발바닥 뜨거워요라고 알렸고, 그렇게 해서 아저씨는 강아지를 안고 철판으로 깔린 길 위를 건너가셨다.


아빠의 사고를 떠올릴 때면 아빠의 마지막 순간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다. 물이 차오르는 배와 그 안의 아빠의 모습,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을 떠올렸을까. 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도 배 안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 우왕좌왕했을 아이들, 물이 밀려들어오는 순간에 엄마, 아빠를 떠올렸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어쩌면 너무 그 마음을 알고 공감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무의식에서는 나의 트라우마를 건드려서 상처가 덧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으로 사고 뉴스를 보아도 사실로만 받아들이고 감정 부분은 꺼버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감정이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고 있다. 나에게는 감정을 이입할 에너지가 없다. 이미 큰 상실과 우울의 무게를 지고 있는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슬픔까지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 나의 무의식이 선택한 최적화의 삶이다.


원래 성격이 남에게 관심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나의 영역이 중요하고 타인의 감정에 과하게 휘둘리고 싶지 않은 나는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에서 ISTP에 속한다. 주로 내가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 유형인데, 성격이 이래서 내가 남들에게 무관심한 건지, 트라우마에 의해서 이런 성격이 된 것인지 인과관계를 따지기는 좀 쉽지 않다.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성격도 그랬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성향이 더 강하게 발현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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