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0_큰오빠와 충치치료

by 홍홍

어린 시절에 양치질은 하루에 단 한 번, 그것도 자기 전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했다. 지저분할 만큼 지저분하게 만들었다가 단 한 번 씻어내는 수준이어서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밥 먹고 이를 닦아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때는 학교 건물 중심에 있던 수돗가에 너도나도 나와서 양치질을 했다. 이게 시골 아이들의 유일한 양치 교육이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께서 식사 후 3분 안에 양치질을 시작해야 한다고 알려주시자, 어떤 철없는 남자아이는 밥을 계속 씹고 있으면 한 번도 안 닦아도 된다면 좋아했다. 그렇게 흥미롭게 식후 양치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자기 전에도 이를 닦아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몰랐다. 중1까지도 말이다.


중1 무렵 오십 대 후반이 되신 엄마가 치과에 다닐 일이 생겼다. 아프게 치료받고 오셔서 엄마도 내 이에 관심을 두게 되셨다. 처음으로 나한테 ‘아~’ 해보라고 하셨는데, 보자마자 충치를 발견하신곤 탄식을 하셨다. 나는 늦게까지 자라는 유형이라 그랬는지 중1에도 어금니는 갈고 있어서 어금니가 모두 새 치아로 교체될 줄 알았다. 맨 끝에 있는 어금니 두 개씩은 새로 나서 평생 써야 하는 걸 몰랐다. 엄마가 큰오빠한테 내 이가 다 썩어 큰일 났다고 연락하셨고, 주말을 맞아 수원에 있는 큰 치과에 갔다.


“다 썩었어요!”라는 의사의 한 마디에 나와 엄마, 오빠가 불안한 한숨을 쉬었다. 바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어금니 상하좌우 2개씩 총 8개를 치료했다. 즉, 평생 써야하는 어금니가 썩었던 것이다. 이때 따끔하게 치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나는 식사 후마다 열심히 이를 닦아 충치가 더 늘지는 않았다. 양치질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습관을 들여 지켜보는 부모님도 ‘너는 뭐든 하겠다’며 독하다는 듯이 바라보셨다.


최근에 알게 된 한 지인은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충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웃기도 잘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어린 시절에 충치가 있었는데 아무 곳에서나 치료받아 현재 상태가 아주 안 좋다고 한다. 나보다 열 살은 어린데 말이다. 그때 나는 우리 큰오빠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고향에도 무허가로 집에서 치과치료를 하는 분이 계셨다. 그래도 오빠는 수원 중심부, 서울대 치대 나온 의사를 찾아서 동생 치과치료를 맡기셨던 것이다. 오빠의 이런 관심과 노력으로 오십 대 중반까지 이를 잘 보존하고 있다.


아직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겐 어른의 적절한 도움이 필수적이다. 어린 자녀의 치아 관리는 부모의 책임이다. 충치는 타고나는 것도 있는지 이상하게도 언니 오빠들은 다 이가 튼튼한데 나만 그랬다. 다른 자녀는 큰 이상이 없어서인지 부모님은 나에게 양치를 해주지 않으셨던 것이다. 나의 유전적 특성을 인지하고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나는 우리 세 아이 양치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내가 덧니인 체로 살았기에 자녀들 모두 치아교정도 해주었다. 교정 덕분에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고, 불소도포도 하여 아이들은 충치가 하나도 없다. 어린 시절의 뼈아픈 경험이 자녀의 치아 관리에서 빛이 났다.


생각해보면 지속적이지 않고 가끔이더라도 어른의 도움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한 아이의 인생이 많이 달라진다.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 큰오빠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다. 이제는 팔순을 바라보는 큰오빠에게 내가 신경 쓸 차례이다. 자녀들도 있지만 말이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며 밤마다 네 마리 양치하는 것도 바쁘다. 치약을 바른 칫솔이나 손수건을 이용해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닦아주지만 아침 입냄새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자고나서 거침없이 하품을 해대는 고양이의 입냄새가 고약하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나도 중년이 넘어가니 잇몸 질환이 생긴다. 첫째 고양이 홍이도 잇몸 질환이 생겼다. 잇몸이 얼마나 시릴까 동변상련의 아픔을 공유하며 홍이에게는 좀 더 부드럽게 양치를 해준다. 그러나 멈추진 않는다. 덕분에 아직은 홍이가 딱딱한 건사료도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을 수 있다. 역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된다. 참다운 어른은 약자를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약자를 도우면 어른은 좀 더 여문다. 큰오빠에게 받은 사랑을 고양이한테 쏟으며 나도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된다고 자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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