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와 나는 2021년 1월말에 만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 누워 자는 홍이를 보면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게 홍이와 만나 함께 하는 시간이 신비롭다. 홍이와 만나 놀고 웃던 그 시절을 기억해 본다.
당시 나는 인생 50년차를 보내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내 장갑을 물고 가서 나를 당황시켰던 고양이가 이상하게 계속 눈에 띄었다. 마침 돌봐주시는 이모님도 약수터에 자주 오시는 분이어서 그때부터 새로운 인연도 시작되었다. 이때 홍이의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묘생 4개월차였다. 나는 고양이를 가까이 본 적이 없어서 아무리 봐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이름이 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산아래 집에서 돌보는 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묘생 4개월차가 인생 50년차 장갑을 물고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 50년차가 물건을 빼앗기고 울고 싶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고양이는 어쩜 그렇게 독립적이고 용감할까. 용감한 고양이한테 장갑을 빼앗기고는 어찌할 줄 몰랐던 나다.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그 일이 전혀 화나지 않았다. 그저 신기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약수터에 갈 때마다 홍이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운이 점점 좋아지더니 갈 때마다 홍이를 만났다.
홍이와 만나면 노는 순서가 있었다. 우선 홍이가 내 바지에 몸을 비비며 다가온다. 내 다리 모양에 맞춰 몸을 동글게 감싸며 청바지를 문지르는데 기분이 묘했다. 고양이에 대해 알지 못했어도 그 행동이 나한테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것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퇴근 후에 달려가서 만나면 요리 미끌 조리 미끌 하면서 다리에 몸을 문지르던 홍이 모습을 사진에 많이도 담았다. 동물과 접촉이 없었기에 무척이나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동료들한테도 자랑하고, 동료들도 빈말이지만 어쩜 홍이가 그렇게 나를 좋아하냐며 신기해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냄새를 묻히는 것이고, 일종의 영역 표시였다. 아, 내가 한 고양이의 움직이는 영역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고양이와 한 번 놀아보자고!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서 고양이와 노는 방법을 찾았다. 우선 사냥을 좋아하니 낚시대를 준비해야 했다. 사실 어디에서 장난감을 살지도 몰라서 비슷한 것을 만들기로 했다. 한때 뜨개질을 열심히 했었는데, 그때 쓰던 주황색 털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모자 위에 다는 털공을 만들어 보았다. 털공을 실 끝에 달고 사냥놀이를 할 계획이었다. 털실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쌓아놓고, 그 중간을 다른 털실로 꼭 붙들어 맨 뒤, 가위로 동그란 공모양으로 다듬으면 되는 것이다. 엉성하지만 야심 차게 털공 낚시를 준비하여 산으로 갔다. 그런데 맹수 홍이가 물어뜯다 보니 금방 실이 빠져나왔다. 그래서 다시 만들었는데, 홍이가 물어 뜯어도 풀리지 않게 여러 번 묶었다. 그래서 안정감 있는 털공을 만들어 홍이와 매일 사냥놀이를 즐겼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보는 사람이 없을 때만 하다가 나중에는 누가 있건 없건 홍이랑 신나게 놀았다. 퇴근 후 내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이것저것 따지다가 홍이랑 놀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홍이와 놀며 나를 감탄시킨 것은 홍이는 산책이 가능한 고양이라는 것이다. 나와 우리 막내가 함께 산에 오르면 홍이는 강아지처럼 우리와 동행했다. 세상에, 고양이와 산책이라니! 홍이는 우리와 함께 하면서도 나무에도 오르고 계곡으로 내려가 물도 마시고 왔다. 동물과 가까웠던 적이 없던 우리 막내가 특히 산책을 좋아했다.
주말에는 좀 더 긴 시간을 낼 수 있어서 한 번 산에 올라가면 홍이가 두 시간 이상은 보내고 내려왔다. 약수터를 벗어나서 숲으로 들어가서 나는 데크에 앉아 놀다가, 독서도 하고, 홍이는 다람쥐를 쫓아 나무를 타며 놀았다. 홍이가 뭐하고 노는지 지켜보며 도토리 싹나는 것도 보고, 가끔은 다른 고양이들이 배를 꿀렁거리면서 헤어볼 토하는 것도 보았다. 이런 산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홍이는 점점 나의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