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6_음력 생일

by 홍홍

생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내가 세상의 시간과 공간에 나타난 날이다. 우리 엄마는 워낙 정확하신 분이라서 자녀들과 손주들 생일, 태어난 시까지 모두 꾀고 계셨다. 며느릿감, 사윗감 알게 되면 손가락으로 사주를 꼽아보시면서 어떤 복을 타고났는지도, 어떤 실패가 있을 수 있는지도 계산하셨다. 아, 나도 엄마한테 계산하는 방법을 배워둘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엄마만의 계산법으로 토정비결을 봐주셨다. 집에 토정비결이 한 권 있었는데 해마다 엄마가 세로로 긴 계산식을 끝내면 누구든 어떤 페이지가 할당되었고 그해는 뭘 조심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읽을거리도 마땅치 않은 시절에 난 토정비결도 다 읽었는데 그저 재미있고도 무서운 이야기책 같았다. 지금은 앱을 통해 토정비결을 볼 수 있으니 내가 사는 동안에도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다. 나도 명리학을 조금 공부했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음력일 것이란 생각과 달리 양력으로 만들어진 체계였다.

나는 음력으로 생일을 쇠는데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남편은 양력으로 생일을 기념한다. 고향 친구들 대부분이 음력으로 생일인 걸 보면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는지, 부모님이 젊으신지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80년대에 태어난 내 조카들은 양력으로, 우리 자녀도 모두 양력으로 생일을 축하한다. 사람은 언제 자기 생일을 처음으로 인식할까? 나는 어느 날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1976년 2월 7일, 내가 여섯 살 때이다. 참고로 난 어릴 적부터 나이 세기가 무척 쉬웠는데 71년도에 태어나서 바로 한 살이 먹으니, 해마다 연도 끝자리가 내 나이이다. 나이세기가 하나도 어려울 것 없었다. 동네 동생들이나 조카는 몇 살이냐는 질문을 받고 눈만 말똥말똥하던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몇 년도에 몇 살이었는지도 금방 계산되어, 무척이나 편리하다고 혼자 흐뭇하다.

부모님과 같이 안방에서 자던 시절이었는데, 늦게 깨어보니 방에 아무도 없었다. 당시 방엔 달력도 있고 일력도 있었는데, 일력은 얇은 습자지에 날짜가 큼지막하게 하루씩 인쇄된 것이다. 부드러운 반투명 종이가 반들반들하니 촉감도 좋고, 매일매일 뜯어내는 맛이 있어서 어린 시절에 일력을 참 좋아했다. 아버지랑 나는 누가 그날 일력을 뜯어내는지 경쟁하곤 했다. 여하튼 그날은 아버지가 떼셨나 보다. 혼자 눈뜨고 방안을 둘러보다가 일력에 시선이 멈추었는데, 바로 그날이 2월 7일이었다! 당시 간신히 생일을 외웠는데 마침 달력을 보고는 내 생일을 알아본 것이다. 마침 방으로 들어오신 엄마에게 내 생일이니 선물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오늘 내 생일이 아니라고 웃으며 말씀해 주셨다. 내 생일 2월 7일을 간신히 외웠는데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라고요?

엄마의 설명을 듣고, 그날 나는 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음력을 알게 되었고, 달력의 큰 글씨 밑에 숨어 있던 작은 글씨의 의미를 이해했다. 세상에 달력이 두 개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을 관장하는 해와 달의 질서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것을 이해한 내가 더 자란 느낌이었다. 6살 작은 아이였지만 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은 날이었다.

여하튼 생애 처음으로 내 생일을 인식한 날에 진짜 생일은 한 달 뒤에야 온다는 것은 애석했다. 그 후 새 달력을 받으면 생일날부터 찾는 습관이 생겼다. 해마다 2월 7일이 되면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온다. 오늘은 진짜 생일이 아닌데 말이다. 해마다 2월 7일이 되면 여섯 살 먹은 나를 기억하며 웃음 짓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올해 엄마 생일은 3월 며칠이라고 일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제는 알아서 생일 차려 주시던 엄마는 안 계시고, 내가 일부러 알려줘야만 엄마 생일을 아는 자녀들과 생일을 맞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억5_잊을 수 없는 음식, 감자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