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만 챙겨갈게요
파도가 밀려와 발자국을 쓸어갔다.
돌덩이 위로 파도가 치며
기어이 돌덩이 밑 모래까지 쓸어갔다.
그렇게, 파도는 제 몫을 챙기고야 말았다.
파도처럼 나의 바람들을 자주 쓸어 담아가 버리는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부탁한 것이 있어 그 이야기인줄만 알고 반갑게 받았는데, 아니었다.
파도는 보고 있어도 내 발 앞에 떨어질 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녀는 자주 ‘내일’을 살았고
나는 자주 ‘오늘’을 살고자 했다.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의 내일은, 불안을 안은 삶이다.
나의 대답이 그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쏟아내는 것이 목적이란걸 알기에
일어나지 않을 또는 일어나도 그녀밖에 해결할 사람이없는 당겨진 불안을 들었다.
통화 간간이,해결할 방법들을 제안했지만
그녀는 그러면 안되는 이유들만을 찾았다.
위로를 전하면 꼬박 몇시간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들어야했다. 패턴을 알기에 적당히 내쪽에서 전화를 끊는 방법을 택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
요 며칠 마음이 평안했는데.
그녀에게 내 평안은,
당신의 불안을 쏟아내도 받아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걸까?
당신 몫의 삶을 당신의 일부로 잘 받아들여
잘 다독이기도 하고 잘 끌어안으며 살길 바라는 나는.
당신의 몫의 일부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야기들을
무방비로 듣다가
오늘 내게 이는 이 파도가 잔물결에 사라지듯
마음 안에서도 사그라들길 기도한다.
내 몫이 아니라고.
당신의 힘으로 당신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 나는 이 파도를 맞을 이유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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