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라는 말 앞에서
“요새 소식이 없어서, 잘 지내니?”
‘아니요’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이내 삼킨다.
잊고 지낸 버거움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잘 지내니라는 질문 앞에서
잘 지내야만 할 것 같아 겁이 난다.
괜찮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분명 아실 텐데…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단단하고 강단 있게 살길 바라는 마음
모르는 바 아니라
대답할 때마다 자주 곤란해 진다.
물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괜찮은 날보다 괜찮지 않은 날.많으니.
그러다 넘어질까 노심초사라면
이제는 접어두어도 될 마음이다.
이미 나는
넘어질 자리를 봐두고
잘 넘어질 줄도 안다.
이제부터는
넘어질 일 따위는
스스로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당신 생각보다
나는 자주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신의 염려와 걱정은
내 몫이 아니니
나는 내 몫의 여기,
이 삶을 일단 살고 볼 일이다.
당신에게
내 안부가
자주 궁금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짜 안부가 궁금한지
알길 없느니.
받지 않은 전화가 있거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만
품어주었으면 한다.
견디기 어려운 날이 오거든
‘괜찮아?’라고 물어주는 사람들에게 기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속에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그곳에서는 마음 놓고 울어도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돼”라고
말해줄 테니.
말을 고르고 마음을 고르는
내 수고를 덜 수 있으니.
그런 얼굴들이 여럿 떠올라
안심되는 오늘이다.
나도, 당신들도
모두 괜찮은 오늘을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잘 지내라는 물음에
‘그럼’이라고 거리낌없이 대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