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어
우리가 헤어지고 난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자리.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다시 마주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조차 희미해졌지만, 그날의 네 표정과 목소리만큼은 문득문득 선명하게 떠올라.
마주 보는 대신 2층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바람에 실려 춤추듯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던 시간.
슬며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긋하게 말하던 너.
"너는 여전히 멋지게 사는구나."
멋쩍게 웃으며 건넨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어.
정작 나는 멋지게 사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너는 마음속에 나를 참 근사한 사람으로 그려두었었구나 싶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던, 찰나의 순간.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모두가 잠든 사이, 자고 있던 나를 애틋하게 바라봐 주었던 네 시선의 흔적들이 나를 살게 한 적이 참 많았더라.
너는 참 사랑이 많은 아이였는데, 내가 그걸 놓쳤네.
까마득한 예전의 일들이 자꾸만 툭툭 불거져 나오는 걸 보니, 네게 받았던 사랑을 되새기는 걸 보니, 나는 여전히 마음 한편에 애틋한 사랑을 꿈꾸며 사나 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겁 없이 당찼던 그 시절의 나.
나의 가장 빛나던 한때를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너라서, 참 고마웠어.
지금 나는,
나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담아두고 싶은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