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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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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야 May 16. 2022

어서 와, 저승은 처음이지?

   다들 ‘저승’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이 붉고 어두운 느낌의 공간에서 자신이 이승에서 저지른 수많은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무서운 곳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의 저승은 드라마 <내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 속의 저승은 흰색 조의 세련된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부서로 나뉘어 일하는 대기업식 구조로 운영된다. 지금껏 미디어에서 보이고, 지금까지 상상해 온 저승과 다른 저승을 보여주는 드라마 <내일> 속 저승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자.


중의적인 네온사인과 마주하는 입구

출처: <내일> 1화

  <내일>에서 저승은 ‘주마등’이라는 이름 아래에 운영된다. 저승사자들은 이승에 존재하는 ‘주마등 장의사’라는 가게를 통해서만 저승으로 갈 수 있다. 이 가게는 골목 깊은 곳에 존재한다. 죽은 사람의 사체를 관리하는 직업인 ‘장의사’와 주마등이 기업임을 암시하는 ‘장사’라는 단어를 ‘의’가 꺼진 LED 네온사인으로 표현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죽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기업인 저승의 입구를 중의적으로 이해하게 이끌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주마등의 사원증을 찍으면 관처럼 생긴 문이 나오고, 그 문을 통해 동굴처럼 생긴 어두운 공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주마등 회사가 나타난다. 이처럼 <내일>은 저승의 시작을 재치있게 표현하였다.


호텔 뺨치는 로비와 회장실

출처: <내일> 1화

  주마등 장의사 가게를 통해 들어온 저승은 <내일> 속 최준웅을 감탄하게 한 것처럼 거대하고 세련된 곳이었다. 로비는 하얀색과 금색을 적절히 섞은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고개를 위로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층높이와 금빛 엘리베이터,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저승사자들과 입구에서 저승사자와 영혼들을 맞이하는 안내원의 모습은 고급 호텔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출처: <내일> 1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회장실 역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이 회장실은 저승의 최고 신인 옥황상제의 공간이다. 고급스러운 흰색 업무용 테이블에는 저울과 모래시계가 놓여있다. 이 소품들은 각각 정의의 기준과 삶의 시간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고, 수명을 관리하는 옥황상제의 권력을 표현하였다. 또한, 저울과 모래시계를 포함해 전등, 샹들리에 등의 소품들 모두 금색 소품을 사용해 인테리어에 고급스러움도 더했다. 업무 공간을 벗어나면 넓은 소파와 통창으로 이루어진 휴식 공간을 볼 수 있다. 특히, 넓은 통창을 통해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이승의 한강을 떠오르게 했고, 어두운 공간으로만 생각나게 했던 저승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쉈다.


각 부서가 하는 일을 떠오르게 하는 사무공간

출처: <내일> 1화

  이승에서 회사도 인사팀, 회계팀, 재무팀, 홍보팀 등 다양한 부서가 나뉘어있는 만큼, 주마등도 다양한 부서가 존재하며 각 부서의 저승사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영혼을 이승으로 인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먼저, 명부 보관실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명부와 그들의 일생이 적힌 글을 보관한다. 이곳은 이승에서 삶을 마친 수많은 사람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거대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름순, 나이순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삶을 마친 사람들의 기록을 정리해놓아, 이 모습은 마치 대형 도서관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을 떠오르게 한다.


  해외 영업팀이 대기하는 공간은 이승의 지하철과 유사한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다. 해외 영업팀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저승사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이들은 대기 공간에서 기다리다가 다른 나라의 저승에서 연락이 오면 해외에서 삶을 마감한 한국인들을 주마등으로 인도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다른 곳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다른 공간에 비해 넓지 않은 공간의 크기는 연락이 오면 바로 다른 나라로 이동해야 하는 해외 영업팀의 역할을 더 각인시키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곳은 영상관리팀이다. 다들 죽기 직전에 평생 살아온 삶이 주마등(走馬燈, Phantasmagoria)처럼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영상관리팀은 이런 주마등 영상을 만드는 팀이다. 이곳에서는 개인의 삶이 기록된 영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행복했던 순간들, 슬펐던 순간들 등 주요 이벤트들을 편집한다. 이 공간은 사람들의 일생이 재생되는 수많은 화면이 전체 공간을 둘러싸고 있으며 영상을 편집하는 공간인 만큼 큰 화면의 이중 모니터와 PC방에서 사용되는 고급 키보드가 테이블에 놓여있다. 또한, 업무량이 많은 부서인 만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세로식의 인원 배치와 지저분한 테이블은 영상관리팀의 고됨을 느끼게 했다. 


  지금까지 드라마 <내일>이 표현한 색다른 저승에 대해 살펴보았다. 기존의 저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금, 이 현대와 유사하게 저승을 표현한 것은 기존의 저승에 질렸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하고, 드라마 초반에 이러한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이후 방영될 드라마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오르게 하였다. 과연 이 저승에서, 현대식 저승사자들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살리며, 어떤 식으로 영혼을 인도할지, 그리고 이후 전개에서 저승은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MBC 드라마 <내일>에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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