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식사가 시작되었고, 스테이크가 나왔다. 나는 나이프를 들어 고기를 썰었다. 고기는 질겼다. 나이프 날이 무딘 것인지, 고기가 질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힘을 주어 썰 때마다 그릇과 나이프가 부딪혀 끽, 끽 소리를 냈다. 그 날카로운 마찰음이 신경을 긁었다. 나는 썰린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육즙 대신 핏물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덜 익힌 고기의 비릿한 향과 소스의 단맛이 섞여 묘한 역겨움을 만들어냈다. 씹히지 않았다. 근육과 힘줄이 질기게 엉겨 붙어 이빨을 밀어냈다. 나는 턱에 힘을 주어 씹고 또 씹었다. 턱관절이 뻐근해졌다. 맞은편 테이블을 보았다. 아버지는 여자의 접시에 놓인 고기를 대신 썰어주고 있었다. 한 입 크기로 잘게, 아주 잘게 썰었다. 마치 어린아이나 노인에게 먹이려는 듯이. 아버지는 잘린 고기 한 점을 포크로 찍어 여자의 입가에 가져갔다. 여자는 주저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버지는 거두지 않았다. 포크 끝에 매달린 고기 조각이 여자의 입술에 닿았다. 붉은 소스가 여자의 입술에 묻었다.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아버지는 고기를 여자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여자는 씹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입을 다물고 천천히 씹었다. 여자의 목 울대가 버퍼링이 걸리듯 힘겹게 움직였다. 삼키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맛있지?
아버지가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었다. 이 방에 있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저 하얀 원피스도, 진주 목걸이도, 여자의 미소도, 아버지의 행복도, 그리고 접시 위의 스테이크도.
아버지는 품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흰 봉투였다. 아버지는 봉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쳐 보였다. 아버지는 자랑스럽게 종이를 흔들었다. 종이 한 장으로 완성된 가족. 법적으로 공인된 대체품. 도장이 찍힌 그 종이는 얇고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여자를 짓누르고 있었다. 여자는 그 종이를 받아 들고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견디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입안에 남은 고기 찌꺼기를 억지로 삼켰다. 덩어리가 식도를 긁으며 내려갔다. 위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꿀렁거렸다. 아버지가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의 눈은 탁했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탁한 눈. 아버지는 나에게 눈짓을 했다. 와서 축하해 주라는 신호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드르륵 소리를 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함 속에 내 얼굴이 비쳤다. 엄마를 닮은 여자와, 엄마를 닮은 딸. 우리는 서로를 통해 죽은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 손길이 무거웠다. 아버지는 모른다. 내가 무엇을 참았는지. 민석이 무엇을 삼켰는지. 그리고 저 여자가 무엇을 씹어 삼키고 있는지. 아버지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알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비릿한 고기 냄새와 아버지의 향수 냄새, 그리고 여자의 체념 냄새가 뒤섞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도망치듯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비상구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구두 굽 소리가 계단 통을 울렸다. 또각, 또각. 그 소리가 닭뼈를 뱉어내는 소리처럼, 혹은 돌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