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입안에 남아있던 돼지 기름기가 식으면서 혀끝에 막을 형성했다. 뱉어내고 싶었지만 길거리 어디에도 뱉을 곳이 없었다. 나는 그 비릿한 맛을 삼키며 걸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로 붉은 노을이 질척하게 번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퇴근길을 서두르고 있었고, 모두가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아버지가 있는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고, 엄마가 없는 집은 텅 빈 굴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민석에게 갔다. 습관처럼, 혹은 본능처럼. 민석의 자취방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낡은 빌라 3층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마다 종아리가 당겼다. 팔공산을 오를 때와는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 산은 오르면 내려올 수 있지만, 이 언덕은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생활의 오르막처럼 느껴졌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도어록 뚜껑을 열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 띠, 띠, 띠. 익숙한 전자음이 나고 문이 열렸다. 현관에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덜 마른 빨래 냄새와 싸구려 섬유유연제 향, 그리고 먹다 남은 컵라면 국물 냄새가 뒤섞인 냄새. 누군가는 퀴퀴하다고 할지 모를 그 냄새가 나에게는 숲의 향기보다 편안했다. 민석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부스스한 머리로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덜 깬 얼굴이었다. 늘어난 회색 티셔츠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바지. 그 흐트러진 모습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나는 신발을 벗어두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바닥에 던져두고 민석의 침대로 파고들었다. 이불에서는 민석의 체취가 났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폐부 깊숙이 박혀 있던 돼지 껍데기 냄새가 조금씩 밀려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