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은 묻지 않았다. 그저 내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그의 손바닥은 따뜻하고 축축했다. 일정한 박자로 등을 두드리는 그 손길만이 이 방 안의 유일한 언어였다.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방 안은 불을 켜지 않아 어스름했다. 천장 구석에 거미줄 하나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 거미는 언제부터 저기 있었을까.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동안 저기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겠지. 나는 입을 여는 대신 민석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로 뱉어내는 순간, 그것들이 다시 살아나 나를 공격할 것 같았다. 돼지 껍데기의 역한 냄새, 아버지가 억지로 권하던 탄 고기, 화장실에서 들었던 여자의 구역질 소리. 말하지 않아도 몸에 밴 냄새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참을 누워 있다 보니 허기가 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까 식당에서는 물 한 모금 넘기기 힘들었는데, 이곳에 오니 뱃속이 텅 빈 것처럼 고파왔다. 감정을 소모한 탓일까, 아니면 그저 살아야겠다는 본능일까.
민석이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배달 앱을 켰다. 우리는 메뉴를 고를 필요가 없었다. 3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시켜 먹었던 그것. 맵고 자극적인 것을 씹으며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던 그것. 민석은 말없이 주문 버튼을 눌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초인종이 울렸다. 우리는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았다.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을 열자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닭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동시에 위협적인 붉은색이었다. 매콤하고 훈제 향이 나는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민석이 비닐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뭉쳤다. 동그랗게 뭉쳐진 밥알들이 접시 위에 쌓였다. 나는 쿨피스를 컵에 따랐다. 우리는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나는 닭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발가락이 기이하게 비틀린 모양이었다. 입에 넣고 살을 발라냈다. 오독, 오독. 연골 씹히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매운맛이 혀를 강타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계속 씹었다. 씹을수록 매운맛이 올라왔고, 그 통증이 묘한 쾌감을 주었다. 민석도 닭발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는 닭발을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민석이 씹는 속도는 느렸다. 마치 모래를 씹는 사람처럼, 턱관절이 무겁게 움직였다. 나는 씹던 것을 멈추고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내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입안의 것을 삼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목 울대가 힘겹게 움직였다. 꿀꺽. 그는 물을 마셨다. 한 컵을 다 비우고, 다시 물병을 들어 컵을 채웠다. 입가에 묻은 붉은 양념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식당에서 껍데기를 씹던 여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씹지 못하고 굴리다가, 물과 함께 억지로 삼키던 그 모습. 민석은 다시 닭발을 집으려다 멈칫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젓가락으로 닭발을 집지 않고 뒤적거리기만 했다. 붉은 양념 속에서 닭발들이 서로 엉겨 붙어 있었다.
원래는 징그러워서 못 먹었는데.
민석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방 안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 째깍, 째깍 울렸다.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닭발 뼈를 뱉어냈다. 접시 위에 뼈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살이 발라진 하얀 뼈. 그것은 앙상하고 볼품없었다. 민석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씹던 것을 멈췄다. 입안에서 오독거리는 연골의 감촉이 갑자기 낯설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죽은 닭의 발. 그것을 3년 동안이나 싫어하는 사람 입에 밀어 넣었다. 3년. 156주. 민석은 150번 넘게 싫어하는 음식을 삼켰다. 아버지가 여자에게 돼지 껍데기를 밀어 넣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여자가 그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니, 좋아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도 똑같았다. 나는 민석이 닭발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니, 내가 좋아하니까 너도 좋아해야 한다고 무의식중에 강요하고 있었다. 민석의 취향을 물어본 적이 있었나? ‘오늘 뭐 먹을래?’라고 묻기 전에 ‘닭발 시키자’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나? 그것은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