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뼈무덤(1)

by Imgettingbetter

식탁 위에 쌓인 닭발 뼈들이 눈에 들어왔다. 살이 발라진 하얀 뼈들. 그것들이 산 초입에서 아버지가 무너뜨렸던, 그리고 내가 발로 찼던 돌무더기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무엇을 참고 있는 걸까. 아버지는 외로움을 참기 위해 여자를 이용하고, 여자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껍데기를 삼키고,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민석을 이용하고, 민석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닭발을 삼키고 있었다. 이 거대한 먹이사슬. 참음과 견딤으로 연결된 이 지독한 관계의 사슬. 민석이 다시 닭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비닐장갑 위로 붉은 양념이 묻어났다. 그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오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만 묵묵히 씹었다. 나도 닭발 하나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나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질겼다. 턱이 아플 정도로 씹어야 했다. 매운맛이 식도까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매워서 우는 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씹고, 또 씹었다. 이것은 닭발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강요했던 ‘사랑’이라는 이름의 돌덩이였다. 돌을 씹는 기분이었다. 입안이 헐고 피가 나도, 멈출 수 없는 저작 운동. 우리는 언제까지 이 딱딱한 것을 삼킬 수 있을까.

창밖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방 안에는 닭발 씹는 소리만이 오독, 오독,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우리는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매워서 땀이 흐르고 콧물이 났다. 혀가 얼얼해서 감각이 무뎌졌지만, 씹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고행이었다. 서로에게 가했던 무의식적인 폭력을 확인하고, 그것을 다시 몸속으로 밀어 넣는 의식. 마지막 닭발을 집어 든 것은 나였다. 민석은 붉게 부어오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원망도, 비난도 없었다. 그저 나를 이해하려는, 나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나를 위해서라면 다 참을 수 있다는 순박한 다짐만이 읽혔다. 그 다짐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닭발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삼킬 수 없었다.

그만 먹자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남은 닭발 뼈와 양념이 묻은 비닐장갑을 치웠다. 뼈가 수북이 쌓인 접시는 작은 무덤 같았다. 민석이 능숙하게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와 매캐한 냄새를 흩트려 놓았다. 우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배가 불렀지만 속은 허했다. 민석이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낡은 형광등 갓 속에 죽은 벌레 그림자가 비쳤다. 가야 할까. 가서 박수를 쳐야 할까. 아니면 그 자리에 가서 밥상을 엎어야 할까.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민석은 내 손등을 엄지로 쓸어주었다.

결혼식 갈 거야? 같이 갈까?

민석을 그 자리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망상과 여자의 비굴함이 엉켜 있는 그 기괴한 현장에, 나의 유일한 안식처인 민석을 그 자리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망상과 여자의 비굴함이 엉켜 있는 그 기괴한 현장에, 나의 유일한 안식처인 민석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오염된 어항 같을 것이다.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한 욕망과 체념이 폐부로 흘러 들어오는 곳. 민석마저 그 물을 마시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미동 없는 나의 얼굴에 민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부답은 짧고도 담백한 대답이었다. 그는 언제나 내 뜻을 따라주었으니까. 3년 동안 싫어하는 닭발을 억지로 삼키면서도 웃어주었던 것처럼. 그 순종적인 태도가, 나를 위한다는 그 배려가, 지금 이 순간에는 못 견디게 무거웠다. 민석이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았다. 손바닥에 남아있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손이 떨어져 나간 자리가 허전하다기보다는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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