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은 몸을 돌려 천장을 보고 누웠다. 낡은 매트리스가 삐걱,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우리 사이의 침묵을 가로질렀다. 방 안은 어두웠다. 창밖에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와 방바닥에 네모난 빛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 웅덩이 위로 먼지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 먼지들을 눈으로 쫓았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딘가에 내려앉을 먼지들. 민석의 숨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고 고요한 숨소리. 그는 눈을 감고 있을까, 아니면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을까. 나는 고개를 돌려 민석을 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민석의 옆얼굴이 들어왔다. 감긴 눈, 오뚝한 코,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 입가에는 아직 붉은 양념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속이 쓰렸다. 아까 먹은 매운 닭발 때문인지, 아니면 뱃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죄책감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위장이 쥐어짜듯 아팠다. 나는 몸을 웅크렸다.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기고 태아처럼 웅크렸다.
민석이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뻗어 내 배 위에 올렸다. 따뜻하고 두툼한 손바닥이 배를 덮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배를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시계 방향으로 둥글게, 둥글게. 엄마 손은 약손.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엄마가 해주던 것이었다. 엄마가 죽고 난 뒤, 그 손길을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투박하고 서툰 손길이었지만, 그 온기만큼은 엄마의 것과 닮아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민석의 손바닥 열기가 얇은 티셔츠를 뚫고 전해졌다. 꼬였던 위장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민석은 내 배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이불을 끌어올려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이불에서 나는 냄새. 민석의 체취와 섬유유연제, 그리고 닭발의 매캐한 잔향이 섞인 냄새. 그 냄새가 나를 감쌌다. 창밖에서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배달 오토바이일 것이다.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밤거리를 질주하는 소리. 그 소리가 멀어지고 나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민석의 가슴에 귀를 대보았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일정하고 힘찬 박동 소리. 이 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삼키는 것도, 참는 것도 아닌, 그저 살기 위해 뛰는 소리.
석아, 미안해.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닭발을 억지로 먹인 것? 아버지의 일로 투정을 부린 것? 아니면 너를 혼자 두고 그 지옥 같은 결혼식에 가겠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미안했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그가 고마웠고, 또 버거웠다. 민석은 대답 대신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를 자신의 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민석의 턱이 내 정수리에 닿았다. 까슬한 수염의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붉은 점들이 명멸했다. 닭발의 붉은 양념 같기도 했고, 식당의 붉은 숯불 같기도 했고, 아버지의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같기도 했다. 그것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서서히 흐릿해졌다. 민석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맞춰 호흡을 조절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우리가 내뱉은 숨들이 방 안의 공기 중에 섞였다. 서로의 폐 속을 들락거린 공기들이 하나가 되었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긴장이 풀리자 수마가 밀려왔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입안에 남은 비릿한 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혀로 입천장을 훑었다. 까슬했다. 돌가루가 씹히는 것 같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민석은 닭발 대신 다른 메뉴를 제안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 사이에 놓인 식탁 위에, 보이지 않는 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는 것을. 발라내고 남은 앙상하고 날카로운 진실들이, 언제든 우리의 목구멍을 찌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