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그 여자를 소개한 곳은 삼일빌딩 6층에 있는 돼지 껍데기 집이었다. 오후 두 시였다. 점심시간이 지났고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식당으로서는 가장 애매한 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묵은 기름 냄새가 훅 끼쳐 왔다.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복도를 채우고 있었지만, 벽지와 바닥 타일 틈새에 켜켜이 스며든 냄새는 빠지지 않고 공기 중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식당 안은 비어 있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알전구들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테이블마다 설치된 은색 환기 파이프들이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우리는 창가 쪽 구석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회색 빌딩들이 건조하게 서 있었다. 유리창에는 기름때가 껴서 바깥 풍경이 뿌옇게 보였다. 마치 안개 낀 수족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기분이었다. 테이블은 끈적거렸다. 물티슈로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수천 번의 고기 굽는 행위가 만들어낸 끈적임이었다. 나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지 않으려 애쓰며 맞은편의 빈 의자를 보았다. 아버지는 익숙하게 메뉴판을 훑고 있었다.
여자는 십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유리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낡은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소매 끝이 조금 닳아 보풀이 일어 있었다. 숱이 적은 눈썹, 쌍꺼풀 없는 눈, 아래로 살짝 휜 콧매. 나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엄마와 닮았다기보다는 엄마의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복사해 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원본의 선명함은 사라지고 윤곽만 남은, 토너가 부족한 복사기로 여러 번 찍어낸 뒤 흐릿해진 종이 같은 얼굴. 여자는 내 시선을 피하며 낡은 코트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동작이 조심스러웠다. 자리에 앉으며 여자가 수줍게 웃었다. 웃을 때마다 왼쪽 볼에 얇은 선이 그어졌다.
그거, 저도 있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여자가 한 말이었다. 자기 볼을 검지로 가리키며, 내 얼굴에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주름을 반가워했다. 인디언 보조개. 엄마가 희귀하다고, 복 받은 거라고 말해주던 그 주름을 여자가 달고 있었다. 여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볼을 한 번 더 문지르고는 손을 무릎 위로 가져갔다. 나는 내 볼을 만져보았다. 움푹 패인 자리가 서늘했다. 그것은 엄마와 나만의 표식이어야 했다. 그런데 저 낯선 여자가 그것을 훔쳐 달고 있었다. 여자의 시선은 내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테이블 위를 배회했다. 물통을 보았다가, 수저통을 보았다가, 다시 내 어깨 너머의 벽을 보았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혹은 갚지 못한 빚이 있는 사람처럼 여자는 불안해 보였다. 손톱 밑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