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에 달궈진 비명

by Imgettingbetter

종업원이 숯불을 들고 왔다. 붉게 달아오른 숯이 테이블 한가운데 놓이자 열기가 확 끼쳤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곧이어 양념 된 껍데기가 불판 위에 올려졌다. 3인분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넓적한 껍데기 세 장이 숯불 위에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치이익. 껍데기는 불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튀어 올랐다. 타닥, 타다닥. 살점이 타는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양념이 타면서 내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가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여자는 매운 연기에 눈이 따가운지 자꾸만 눈을 깜빡였다.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집게로 껍데기를 꾹꾹 눌러 폈다. 껍데기는 열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둥글게 말려 들어갔다. 펴면 말리고, 펴면 다시 말렸다. 그것이 마치 살려고 발버둥 치는 생물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가위를 들어 껍데기를 잘랐다. 서걱, 서걱. 가위질 소리가 둔탁하게 났다. 익지 않은 가죽을 억지로 끊어내는 소리였다. 잘린 껍데기 조각들이 불판 위에서 춤을 추듯 튀어 올랐다.

여자는 젓가락을 든 채 껍데기를 집지 못했다. 젓가락 끝이 허공에서 배회했다.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누구의 강요였을까. 여자는 껍데기가 놓인 불판의 중앙을 피해 가장자리에 놓인 밑반찬만 깨작거렸다. 말라비틀어진 콩나물무침을 한 가닥 집어 입에 넣고는 오랫동안 씹었다. 콩나물 대가리가 씹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식당 안에는 껍데기가 타는 소리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뿐이었다. 대화는 없었다. 아버지는 묵묵히 굽고, 여자는 묵묵히 견디고, 나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 침묵이 매운 연기보다 더 따가웠다.


아버지가 잘 익은 껍데기 한 점을 집어 여자의 앞접시에 툭, 던져주었다. 까맣게 그을린 껍데기가 여자의 하얀 앞접시 위에서 식어갔다.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그 조각은 먹을 것이라기보다는 견뎌야 할 고통의 덩어리처럼 보였다. 갈색 돌멩이 같기도 했고, 죽은 짐승의 피부 조각 같기도 했다.

식으면 질겨.

아버지가 짧게 말했다. 그것은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접시에 수북이 쌓인 껍데기를 쉼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우적. 아버지가 껍데기를 씹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 기름진 입술이 번들거렸다. 아버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앞에 엄마를 닮은 여자가 앉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만해 보였다. 그 충만함이 나를 질식하게 만들었다.

여자는 젓가락으로 껍데기를 집었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입술이 껍데기에 닿는 순간, 여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씹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껍데기를 씹지 않았다. 혀 위에서 굴리기만 했다. 그 끈적하고 질긴 것을 이빨로 끊어내지 못하고, 그저 입안에 머금고만 있었다.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이물감.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목 울대가 힘겹게 움직였다. 무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씹히지 않은 껍데기 조각이 식도를 긁으며 내려갔을 것이다. 여자는 물을 마셨다. 한 컵을 다 비우고 나서야 겨우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툭툭 쳤다. 체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아버지는 다시 껍데기 한 점을 여자의 접시에 올렸다. 여자는 거절하지 않았다. 다시 집어서, 입에 넣고, 굴리다가, 삼켰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의식처럼 반복되었다. 집고, 삼키고, 물을 마시고. 집고, 삼키고, 물을 마시고. 여자의 접시 옆에 놓인 물통이 점점 비어갔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불판 위에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나는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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