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는 등(背)

by Imgettingbetter

아버지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추운 날씨였지만 아버지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입을 열 힘조차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러뜨릴 듯이 뛰었다. 폐가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차서 터질 것 같았다.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삼킨 것처럼 목구멍이 따가웠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계단은 끝이 없었고, 내 눈앞에는 아버지의 땀 젖은 등판과 무심하게 흔들리는 배낭의 끈만이 보였다. 배낭 끈 끝에 매달린 끈 조각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그것들은 마치 나를 끌고 가는 밧줄처럼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밧줄이 내 목을 감고, 아버지가 가는 곳으로 질질 끌고 가는 기분. 내가 발로 찬 돌무더기들이 다시 제멋대로 쌓여 나를 가로막는 상상을 했다. 무너뜨려도 무너뜨려도 다시 쌓이는 돌들. 누군가 밤새도록 다시 쌓아 올린 돌탑들이 산을 뒤덮는 상상. 그것은 아버지의 업(業) 같기도 하고, 나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기도 했다.

나는 묵묵히 돌을 밟고 올랐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돌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생각했다. 돌들은 말이 없었다. 밟히면 밟히는 대로, 차이면 차이는 대로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나도 저 돌들처럼 되고 싶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가 쌓아 올린 저 견고한 믿음의 탑도 언젠가 와르르 무너질까. 내가 툭, 건드리기만 하면, 균형을 잃고 산산조각이 날까. 아니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버지는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납작한 돌멩이처럼 주워 올려 쌓고 있는 것일까. 여자의 인내심, 나의 체념, 민석의 억지 웃음 같은 것들을 시멘트처럼 발라가며. 아버지는 그 탑의 꼭대기에 무엇을 올리고 싶은 걸까. 자신의 안위?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자기기만?

등산로 옆에 또 다른 돌탑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꽤 높았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탑을 올려다보았다. 맨 꼭대기에 얹힌 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차고 싶었다. 아주 세게 차서, 저 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지나쳤다. 아버지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등 뒤로 거대한 불상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돌을 씹는 기분이었다. 입안에서 자글거리는 모래알 같은 기분. 뱉어도 뱉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물감. 나는 그 이물감을 삼키며, 아버지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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