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_장 클로드 반담
더이상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ㅡ
새로운 광고로 잊혀지기에는ㅡ
광고 카피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ㅡ
중년의 액션배우가 두 눈을 감은 채 독백을 시작합니다.
“저도 인생에 많은 부침이 있었죠
삶의 풍파를 겪을 만큼 겪었습니다”
왕년에 잘 나갔던 액션 스타 장 클로드 반담입니다.
카메라가 줌아웃되면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이 중년의 액션 배우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나란히 후진하는 트럭의 사이드 미러 위에 양 발을 올린 채 서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독백…
“ 그런 역경들이 오늘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자 그리고 이제 제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몸입니다
두 다리는 물리법칙을 거스르도록 만들어졌죠
그리고 가장 완벽한 다리 찢기(EPIC OF SPLITS)를 마스터할 마음가짐으로 여기 섰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집니다.
장 클로드 반담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흔들림 없이 트럭의 사이드 미러를 밟고 서는, 후진하며 멀어지는 두 트럭 사이에서 그의 전매특허인 다리 찢기 동작을 완벽하게 성공시킵니다.
(광고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HFQebbbDMMo )
BGM으로 흘러나오는 엔야(Enya)의 몽환적인 Only Time이 이 영상에 장엄함을 더합니다.
이 씬이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스터와 마스터가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십 년간 안전을 이야기해 온 볼보가 다이내믹 스티어링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수십 년간 자신의 몸을 단련한 액션배우의 시간과 기술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전달한 것이죠.
이 광고로 칸느 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광고회사 포스만&보덴포르스 코텐부르크의 아트 디렉터인 요아킴 블론델은 이 촬영 현장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스페인에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한 공항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경사가 없고, 직선의 도로가 넓게 펼쳐진 곳이죠. 이곳에서 3일간의 리허설을 거친 후 CG 없이 15분간 진행된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완성했습니다.”
역사, 헤리티지, 장인정신, 품질을 위한 고집, 끝없는 기술 개발, 완벽함의 추구… 전통을 가진 많은 브랜드들 특히, 기술의 차별화가 중요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은 앞에서 나열한 저 단어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한 세기를 이어져 내려온 이 자동차 브랜드 역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수많은 방법이 있었겠죠. 100년 가까이 달성한 수많은 업적들을 나열할 수도 있을 테고, 사회 각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할 수 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패기 넘치는 오랜 연륜의 브래드는 지루한 이야기 대신에, 안정적으로 후진하는 트럭 사이에서 완벽한 다리 찢기를 하는, 단 하나의 씬으로 그 긴 이야기를 우리에게 아주 세게 던져 버렸습니다.
일본 만화 ‘베가본드’에서 두 고수가 실제로 칼을 부딪히지 않고서, 이미지 대결만으로 상대의 무공의 깊이를 가늠하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그것이 그저 황당한 만화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이 광고를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두 고수가 소리 없이 격렬하게 서로의 내공을 겨루는 장엄함.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이 광고는 저에게 경외하는 마음을 갖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