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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나 Jul 31. 2023

아까운 광고: 느슨해진 신문에 텐션을

아사히신문_Journa-Rhythm 캠페인

더이상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ㅡ

새로운 광고로 잊혀지기에는ㅡ

광고 카피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ㅡ

너무나 아까운 광고 이야기

illustrated by Yunna

일본 신문은 전통 미디어계의 불가사의로 꼽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10대 종이신문 가운데 일본 신문이 4개나 들어 있습니다. ‘불가사의’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한 이 영향력에 대한 원인을 어떤 사람들은 광고료가 아닌 구독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입 구조로 보기도 하고, 온라인 의견 표현에 소극적인 국민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40% 이상을 지역의 자율성에 맡기는 지역성을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이 철옹성 같던 종이신문에게도 거세게 불어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5370만 부가 발행되던 종이 신문은 2020년이 되자 3500만 부로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평균 신문구독 부수도 절반이상 감소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사회 곳곳에서 탄식을 자아내는 GEN-Z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의 세대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후반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의 세대를 일컫는다) 들의 강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는 GEN-Z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온라인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데 소극적이지도 않았고, 지역 뉴스가 메인 관심사도 아닌, ‘스마트폰 세대’였습니다.


세계 1, 2위를 다투던 아사히 신문은 노장답게 종이 신문의 예견된 몰락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과감하게 바꾸었습니다.

HEADLINE을 PUNCHLINE으로!

(Headline: 신문 기사에서 내용의 요점을 아주 짧게 정리하여 본문보다 큰 글씨로 첫 번째로 놓이는 말 / Punchline: 힙합에서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중의적 표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사)


아사히 신문은 광고회사 하쿠호도와 함께 과감한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JOUNA-RHYTHM 캠페인을요! 

(언론을 의미하는 Journal과 힙합 리듬 Rhythm의 합성어)

* 캠페인보기 https://www.hakuhodo-global.com/work/journa-rhythm.html


아사히신문은 일본 힙합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그들의 랩과 음악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게 합니다. 

이 캠페인은 힙한 아웃핏, 타투, 빠른 비트와 자유로운 발성으로 뉴스를 전달합니다. 헤드라인이 펀치라인이 되는 것이죠. 종이신문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블랙 앤 화이트의 과감한 명암 대비의 영상미와 존윅의 포스터처럼 힙합 아티스트에게 총처럼 겨누어진 수십 개의 마이크 레이아웃도 이 캠페인의 대담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종이신문은 플레이리스트가 되고, 뮤직비디오가 되고, 팟캐스트가 되고, 힙한 콘텐츠가 됩니다. 

물론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특히 GEN-Z에게.

팟캐스트 다운로드는 337% 증가했고, 시사 콘텐츠가 애플 팟캐스트 다운로드 4위라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습니다. 

광고 캠페인 그 자체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런던 국제 광고제에서는 실버와 브론즈를, 2023년에는 클리오에서 브론즈를, 애드페스트에서는 실버를, 스파이크 아시아는 그랜드, 골드, 실버를 수상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운 캠페인입니다.

첫 번째로, 무엇보다도 보수적일 것만 같은 정통 신문사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힙합 아티스트의 음악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는 결정을 한 것이 놀랍습니다. 오랜 시간 권위라는 단단하고 오래된 무기를 놓고,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쥐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두 번째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한 광고회사 하쿠호도도 놀랍습니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정해진 수순이라 받아들이는 지금, 뉴스를 힙합으로 전한다니요! 헤드라인을 펀치라인으로 바꾸다니요! 이 깜짝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내고, 광고주에게 제시하고, 캠페인 실행까지 밀어붙인 그들의 능력에 같은 광고인으로써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놀라움은 이 캠페인에 참여한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있습니다. 힙합은 물론 세상을 향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음악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특정한 의견을, 그것도 특정한 언론사의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아티스트 자신에게 큰 챌린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요.


종이신문사의 이 캠페인을 보자니 두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네요.

세상은 변하면서 변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

헤드라인을 편치 라인으로 바꾸고

종이를 디지털로 바꾸면서

신문의 가치를 변함없이 지켜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번 느껴봅니다!

세상에 던지는 광고의 SW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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