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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나 Feb 27. 2023

아까운 광고 : 놀라운 필력의 러브레터

글리코유업

더이상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ㅡ

새로운 광고로 잊혀지기에는ㅡ

광고 카피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ㅡ

너무나 아까운 광고 이야기

illustrated by Yunna

제가 엄마와 아이를 주제로 한 강연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강연 초반에 헤밍웨이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헤밍웨이에게 한 취객이 다가와 약 올리듯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 대단하다는 헤밍웨이요? 그렇게 대단한 문호라면 단 6 단어로 나를 울릴 수 있는 문장을 써 보시오!”

가만히 듣고 있던 헤밍웨이가 이렇게 써주었고,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아기신발 팝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를 들려준 뒤에 전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헤밍웨이는 6 단어로 사람들을 울게 했지만, 전 단 하나의 단어로 여러분들을 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스크린에 크게 한 단어를 띄워 놓았죠


엄마


강연장은 한동안 숙연해졌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엄마’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갑자기 아이가 됩니다.

‘엄마’라는 하나의 단어가 수천수만 가지 감정을 몰고 오지요.


일본 글리코 유업의 광고는 우리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엄마의 시각에서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할 거 없고, 어려울 거 없는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하듯 써 내려간 이 광고 카피들은

지극히 쉽고 일상적이어서,

그 통찰과 간결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세상의 어떤 연서가 이보다 절절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당신이 태어난 날은

엄마로서의 내가

태어난 날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너의,

세상에서 하나뿐인 엄마가,

되어서 다행이야


자란 너를 상상할 때마다

지금의 너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자고 생각해


걸음마를 할 수 있다

앞니가 났다

친구가 생겼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

매일이 뉴스입니다


화가 나더라도

용서해 버린다

당신의 잠든 얼굴은 비겁합니다


울면서 태어난 너니까

앞으로 많이

웃길 바래


제일 큰 일

제일 걱정

제일 귀찮음

제일 소중


아무 일도 없는 오늘이

추억이 된다

그것은 네가 있기 때문이야


수년 전은 없었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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