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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나 Mar 06. 2023

아까운 광고: 너의 이름은

일본 네임펜 광고

더이상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ㅡ

새로운 광고로 잊혀지기에는ㅡ

광고 카피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ㅡ

너무나 아까운 광고 이야기

illustrated by Yunna

제 이름은 윤나입니다.

아이에게 반짝거리는 이름을 주고 싶으셨던 아버지는,

처음에는 ‘빛나’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셨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빛이 나는 곳을 바라보면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잖아요.

딸바보였던 아버지는 잠깐의 찌푸림도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으셨대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아무리 쳐다봐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이 뭐 없을까… 고민하다가 ‘윤나’라는 이름이 떠오르셨답니다.

계속 보고 싶은 은은한 빛이 도는…

공을 들여 닦고 광을 내야 생기는…

오랜 시간 세심한 손길이 닿은…

반짝이고 귀한 이름

그것이 바로 제 이름 ‘윤나’입니다.


어슐러 K. 르윈의 판타지 소설 [어스시의 마법사]는 ‘진정한 이름’을 찾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대현자 ‘침묵의 오지언’이 주인공을 제자로 받아들일 때 해 준 일은 바로 ‘게드’라는 이름을 준 것입니다. 그 후로 오지언이 오랜 시간 게드에게 가르쳐준 것은 현란한 변신술이나 신기한 마법 주문이 아니라 사물의 ‘이름’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게드가 용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실수를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것도, 그리고 마지막에 오랫동안 자신을 공격하던 그림자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 것도 그들의 진정한 이름을 알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강 빌런, 볼드모트 역시

“난 새로운 이름을 마련했어. 언젠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었을 때 만방의 마법사들이 두려워서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이름을 말이야!”

라고 말했고 결국 그 이름은 소리 내어 말하는 것 만으로 매우 위험한 금기가 되었죠.


진정한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이름의 의미를 안다는 것이고, 그 의미를 알게 되면 그 존재의 이유와 방향을 알게 되는 것이 되겠죠. 그러니까 이름을 안다는 것은 전부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름은 그 존재의 본질이니까요.


이름에 대해서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고 있느냐고요? 바로 이 카피를 소개해 드리고 싶기 때문이죠.


ㅡ COPY ㅡ

“역사에 남지 않아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았다면, 그것은 좋은 이름”

(歴史に残らなくても誰かの胸に残ったならそれは良い名前)


이 멋진 카피의 주인공은 바로… 네임펜입니다. 네, 우리가 학용품에 지워지지 않도록 이름을 써 놓는 그 네임펜이요. 일본 네임펜은 아이들 학용품에 이름이 쓰인 평범한 사진에 이 카피를 얹어 신문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학기 초, 내 공책에 이름을 쓰는 그 순간을 이 광고는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네임펜을 쥐고 내 이름을 쓰면서 우리는 생각해 보게 되죠.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있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요.


이 소박한 광고 한 편은 우리 모두의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좋은 이름이란, 대단하고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의 것만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그 안에 새겨져 있다면 그 모두가 좋은 이름이니까요.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겨 주세요.

그 안에는 이름을 지어 주신 이의 마음이, 그 이름으로 살아온 여러분 삶의 여정이, 그 이름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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