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걸쳐 대유행해버린 ‘성장’과 ‘효율’이라는 개념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의 성장을 막고, 분배를 비효율적으로 하면서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더 풍족해졌다는데 나눠 가질 몫은 더 작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것마저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보이니까 우리는 더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죠.
그래서 일본의 채용 정보 서비스인 리크루트 카피는 숨 막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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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속해서 달린다.
누구라도 달리기 선수다.
시계는 멈출 수 없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밖에 흐르지 않는다.
되돌아올 수 없는 마라톤 코스.
라이벌과 경쟁해 가며
시간의 흐름이라는 하나의 길을
우리들은 계속 달린다.
보다 빠르게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저 앞에는 반드시 미래가 있을 거라 믿으며,
반드시 결승점이 있을 거라 믿으며.
인생은 마라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경쟁과 승리라는 프레임 속에 사람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 놓았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시각은 그렇게 툭! 하고 그 프레임의 견고한 조합을 삐뚤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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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생은 그런 것일까?
아니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야.
누가 정한 코스야? 누가 정한 결승점이야?
어디로 달리든 좋아. 어디를 향해도 좋아.
자기만의 길이 있어.
그런 건 있는 걸까? 그건 몰라.
우리들이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세상은 터무니없이 넓어.
그래! 발을 내딛는 거야.
고민하고 고민해서 끝까지 달려 나가는 거야.
실패해도 좋아. 돌아가도 좋아.
누구랑 비교 안 해도 돼.
길은 하나가 아니야.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야.
그건 사람의 수만큼 있는 거야.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 했는가?”
취업시장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 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곳입니다. 그 한가운데서 리크루트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습니다. 누가 세워 놓았는지도 모를 성공이라는 추상적이고 아주 작은 과녁을 향해 팽팽하게 활시위를 겨누고 있던 우리에게, 과녁을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이 아닌 나 자신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말이죠. 우리가 파악하고, 주시하고, 명중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려줌으로써 말이죠.
지금의 우리를 보면 그렇게 과녁을 바꾸는 것 만으로 놀라운 변화가 생긴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평생을 보장하지 않는 직장은 불안 요소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 요소가 되었습니다. 취업의 좁은 관문은 그것을 반드시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자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와 직업을 만드는 요인이 되었죠. 명중시키고 싶은 과녁이 자기 자신이 되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더 분명하게 인지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의 변화를 통해 리크루트는, 광고에서 ‘더 좋은 취업 정보가 있다’ ‘더 많은 구직자가 있다’ ‘더 높은 취업률이 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브랜드는 더 호의적인 이미지와 깊은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죠.
직업은 그동안 생업(生業)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이었죠. 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것 만으로 나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생업(生UP)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