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신
난 아직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답니다
사람들은 그저 오늘 만났다고 오늘이라고 부르지만
들에서 학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살았지요
어엿한 숙녀가 되었을 때 백주할머니가 알려준 대로
원천강 부모궁에 있다는 부모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흰 모래땅 북쪽 언덕 별충당을 찾아가니 장상 도령이 십 년 동안 글을 읽고 있네요 길을 알려주며 자신이 언제까지 글만 읽어야 하는지 알아봐 달라네요
황 모래땅 동쪽 언덕 연화못 큰 연꽃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알려주면 가운데 줄기만 꽃이 피고 다른 줄기에는 피지 않는 이유를 알아봐 달라네요
검은 모래땅 서쪽 청수바다 이무기에게 물었습니다 알려주면 여의주를 세 개나 갖고도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봐 달라네요
흰 모래땅 북쪽 언덕 별충당과 똑같은 정자에 있는 내일 낭자에게 물었습니다 알려주며 십 년을 읽은 공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알아봐 달라네요
바위산을 세 번 넘어 우물을 푸는 선녀를 만났습니다
밑이 뚫린 바가지로 물을 뜨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해결해 주자 선녀들이 원천강 부모궁에 데려다 주었지요
부모궁에 들어가려니까 수문장이 가로막네요
이승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 줄 수 없으니 돌아가라 하네요
머나먼 곳에서 고생고생하며 찾아왔건만 이다지도 무정하네요
차라리 목을 매려 하니 비로소 문이 열렸지요
부모님 만나 뵙고 너무 반가워 얼싸안고 울었네요
내가 태어난 날 옥황상제의 부름으로 이곳에 오면서
강보에 싸인 나를 학에게 당부했다는 걸 알았지요
세 이레 동안 행복하게 지내다가 하직할 때
오면서 부탁받은 일들을 알아봤지요
장상 도령과 내일 낭자는 하늘이 내린 배필이므로 혼인하면 되고요
연화못 연꽃은 가운데 줄기의 꽃을 따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른 가지에도 꽃이 활짝 핀다네요
청수바다 이무기는 여의주 두 개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하늘에 오를 수 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부탁받은 일을 모두 해결해 주고
연꽃 한 송이와 여의주를 얻은 나
하늘에 올라 옥황궁 선녀가 되었고요
원천강의 사계절을 이승에 알려주는 계절신이 되었답니다
<주> 계절신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관장하는 신이다. 계절신은 옥황상제가 사는 하늘 옥황궁의 선녀로 이승에서는 ‘오늘이’라는 소녀였다.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원천강을 다녀오면서 온갖 모험을 하고, 마침내 계절신으로 자리잡아 이승에 계절을 알려주는 것으로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