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신

by 윤선태

나는 도깨비신

자연물이 변한 것이거나

사람들이 오래 썼던 물건에

자연스럽게 깃든 영혼


사는 곳은 일정하지 않지만

변화무쌍(變化無雙)에 신출귀몰(神出鬼沒)하고

모습까지 다 다른 나는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는 도채비


개암 깨무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씨름할 때 왼 다리 걸기가 허점으로

어리숙하고 친숙하지만

두 번은 속지 않으니 조심하라


내가 놀기 딱 좋은 분위기는

비가 오려는 눅눅한 밤이나

안개 자욱한 음산한 밤

방망이 하나로 재주 부리며 신나게 논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노래 나와라, 뚝딱!

사랑 나와라, 뚝딱!


새벽닭이 울면 감쪽같이 사라지지만

여기는 없는 게 없는 피안의 세계

장난을 즐기지만 밉지 않고

미련하다고 깔봐도 아는 건 다 아는

도깨비 나라



<주> 도깨비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귀신이다. 도채비, 독각귀, 독갑이, 허주, 허체, 망량, 영감(제주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잡신으로 옛날이야기에 많이 등장한다. 생긴 것은 무섭지만 어수룩하고 놀기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전 02화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