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내가 지킨다

서낭신

by 윤선태

내가 머무는 곳은

바람 불어 스산한 한길 옆

쌓아 놓은 돌무더기이거나

오색 천을 걸친 당산나무, 혹은

을씨년스런 당집이 있는 곳


성주신께 지은 죄로

돌항아리에 갇혀 있다가

서낭당 서낭신으로 눌러앉아

오가는 행인이나 감상하며

마을과 마을의 경계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오명 가명 이곳에

침이라도 뱉으며

애정 어린 조약돌 하나 던져주거나

살짝 올려 관심 보여준다면

모든 길을 열어 주겠다


초행의 낯섦을 녹여주고

이방인으로는 아주 드물게

재수까지 좋게 하리니

못 본 척 지나치지 말라

곁눈질하며 경계하지 말라

나도 가정과 마을의 수호신이다



<주> 서낭신은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수호하는 신이다. 마을 어귀의 큰 나무, 고갯마루의 돌무더기, 제당 등 마을에 따라 좌정한 곳이 달랐다. 어부들도 안전과 풍어를 위해 자신의 배에 서낭신을 모시기도 했다. 이런 서낭신은 마을 간의 경계신이며 풍요신의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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