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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25. 2023

여행초보가족 마지막 이야기

4. 언제든 여행은 환영!

어젠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오전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를 했다. 오랜만에 간 학교는 여름방학 방과후학교, 풍물부, 돌봄 교실에 오는 학생들로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별관 외벽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후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개학 전에 정리가 될지 걱정스러울 만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늘은 아들의 마지막 영유아 건강검진을 갔다. 방학 동안 영유아 검진을 해야 하는데 잊고 있었다가 갑자기 생각난 김에 병원 홈페이지 들어갔는데 다행히 예약할 수 있었다. 키랑 몸무게가 조금씩 크고 있고 별다른 이상은 없어서 검사도 잘 마쳤다. 또 방학 동안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잊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어젠 날씨가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 왔다 그쳤다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다.

딸은 학교에서 하는 컴퓨터 코딩 수업을 받으러 갔고 아들은 옆에서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다.

방학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집에서 아이들과 남은 방학 동안 숙제도 하고 영화도 보고 집안일도 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으니 며칠 전까지 멕시코과 미국에 있었던 시간들이 꿈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15시간이 느렸던 멕시코. 지금쯤이면 자정이 가까운 시각일 텐데 동생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우리가 다녀가서 너무 힘들진 않았는지. 새삼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라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한낮은 우리처럼 더웠지만 습도가 많이 높지는 않아 돌아다니기 괜찮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많이 불고 시원한 비도 쏟아져내려 상쾌했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멕시코는 지금쯤 날씨가 어떨까?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환영해 주던 미국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도 복잡하겠지? 시원스레 뻗은 고속도로에 수많은 차들도, 할리우드 거리와 야구장도 여전할지 궁금하다. 이제 곧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조카들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하며 바쁘던 올케는 잘 지내고 있는지, 끝없이 펼쳐졌던 선인장들도 떠오른다. 머릿속에 남은 여행의 잔상들이 이따금 떠올라 어지럽기도 하지만 그곳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이처럼 편한 여행도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여행 내내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신세지고 못사는 성격에 며칠을 동생 집에 머무는 일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다.

돌아다는 동안 남편과 다툼도 있었고 원래도 장난꾸러기인 아들은 집을 벗어나자 더 통제가 어려웠고 고집을 부리는 일도 많아 힘들었다. 온갖 의사소통 및 여행 가이드를 겸해야 했던 동생은 여행 후반 내내 아프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댁 식구들과 2주 넘게 지내야 했던 올케의 불편함은 나로서는 말로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미안했다.

 

이젠 원래 우리 가족의 일상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해지고 통장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독으로 잠이 모자라던 며칠을 제외하면 모두 건강하다.

아버지는 토마토 하우스 때문에 많이 걱정하셨는데 태풍이 왔을 때 비가 조금 왔던 것만 제외하면 토마토들도 잘 자라고 있었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토마토 수확이 예년보다 빨랐는데 다행히 주변 이웃들이 도와줘서 토마토 출하도 대신해주셨다고 했다.  

여행은 끝이 났다.

여름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계절이 다시 돌아오듯 우리의 여행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곳이 어디든 누구와 함께든 다시 여행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의 처음 목표는 입국이었지만 다시 목표를 세운다면 다음 여행은 더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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