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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22. 2022

봄날 공곶이에 가다


공곶이 올라가는 길 중에 왼쪽! 가정집 사이로 보이는 바다

여기서부터 내리막길

지금도 동백꽃이 살짝 남아있다 

다원이 태어나기 전에 여기서 만삭 화보를 찍었다.

동백나무 숲길이 공곶이까지 내리막길로 쭈욱 이어져있다. 동백꽃도 정말 이쁘다.

이렇게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며 드디어 나오는 노란 수선화가 넘실거리는 바다!



해초들이 많이 떠밀려왔는데 그래도 바다는 참 시원하다.








여기는 예구항으로 가는 또 다른 길! 많이 가파르지는 않지만 좀 더 먼길이다.



혼자 피어있는 동백꽃도 예쁘다.




공곶이로 가는 길은 우리집에서 가깝다. 아주터널을 지나 지세포를 따라 직진으로 가다보면 모래숲 와현 해수욕장 이정표가 나온다. 다시 와현해수욕장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작지만 너른 바다를 안고 있는 예구항이 보인다. 


예구항에 주차를 하면 관광객들을 위한 이정표가 둘 나오는데 그 중 왼쪽 길은 꽤 비탈진 길을 따라 십여분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매운 맛을 보여주는 길이지만 숨이 헉헉 차는 오르막길이 끝나면 이제 아찔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극단의 두 가지 길을 경험하려면 왼쪽 길이 좋다.

두번째 길은 이정표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첫번째 길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경사인 이 길을 따라가면 우거진 동백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오래된 숲 길 역시 오르 내리는 길이 계속 되긴 하지만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숲 향기를 맡으면 걷다 보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물론 두번째 길은 첫번째 길보다 2배는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번째 길을 선택하고 돌아올 때는 두번째 길을 따라 온다. 

나 역시 공곶이를 갈 때 마다 그 코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혼자 가는 이 길은 내가 처음 느꼈던 그 길과 달리 참 가볍고 경쾌했다. 


처음 공곶이를 갔을 때 사실 말하자면 끝까지 갔다 오지는 못했지만 그때는 홀몸이 아니었다.

집에만 있기 갑갑했던 임산부는 남편을 졸라 가을이 한창이던 그 때 공곶이를 찾았다.

처음 가 보는 길이었고 몸이 가볍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숲 속에 들어가서 마음껏 숲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다.  쉬엄쉬엄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길을 어찌어찌 올라갔지만 임신 8개월-9개월의 몸으로 내리막길은 도저히 아기를 위해서 도전할 수 없어 아쉽게 돌아와야했다. 그래서 끝까지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두번째 갔을 때는 셋이었다. 

첫째가 태어난 후 돌이 지났지만 아직 걸음마를 하지 못했고 어쨌든 외출을 하고 싶었떤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아기띠에 아이를 데리고 그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었다.

나는 몸은 가벼웠지만 아이를 안고 있는 남편을 보며 혹여 넘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천천히 길을 걸었다.

수선화가 바다를 노랗게 물들였지만 예쁜 수선화보다 내 아이가 더 예뻤기에 수선화를 온 마음으로 감상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되돌아 오는 길 역시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였기에 서둘러 고행을 끝내기를 바랬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어제 나 혼자 갔던 공곶이는 마음 속으로 그리워했던 노란 수선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예구항에 주차한 후 다 돌아보고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이 조금 넣는 시간이었다.

공곶이까지 가는 길이 내 기억보다 조금 더 짧았고 조금 더 위험했다. 아이들과 오지 않고 나 혼자 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걷는 내내 떨어진 동백이 초록으로 가득한 하늘과 대비되어 화사했고 간간이 잎 사이로 보이는 꽃잎은 더욱 붉었다.

오르락 내리락하던 걸음이 이제 좀 살겠다 싶었을 때 노란 수선화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밭에 줄지어 피어있는 꽃무리를 보니 여기 다시 온 것이 참 오래도 걸렸다는 생각이었다.

관광객들은 평일 오전에 많지 않았고 밭을 일구시는 주인장 내외가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한 부부의 평생의 수고로움은 나같이 스쳐지나 간 사람에게도 몇 년간의 그리움으로 남을 만큼 이곳의 아름다움은 강렬했다. 바다는 더 푸르고 꽃들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자갈 가득한 바다에 앉아 건너편 마을을 바라본다. 마을을 둘러싼 바다를 바라본다.

둘 또는 셋이서 같이 온 다른 관광객들은 서로 서로 사진을 찍어 꽃 속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남긴다. 나 역시 아쉬운 마음을 사진 속에 담는다.

혼자라도 쓸쓸하지 않았던 이유는 노란 수선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세번째 온 공곶이, 내가 거제에 살면서 봄이면 꺼내보는 보물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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